눈맞춤

100일 글쓰기 11일 차

by 뵤뵤



마주치는 눈빛이 이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정말 몰라 난 아직 몰라
가슴만 두근두근 아 사랑인가 봐



주현미의 "짝사랑".

어릴 적 외할머니가 애청하던 <KBS가요무대>에서 자주 보고 들었다. 콧소리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어찌나 귓가를 간지럽히던지. 10살이 안된 나는 짝사랑이 뭔지 가사의 뜻을 제대로 모르면서 콧노래로 흥얼거리곤 했다.


기나긴 추석 연휴 동안 고향에 있는 친정과 시댁을 비롯해서 친구들까지. 반가운 만남을 앞두고 다짐을 해본다. 다름 아닌 소통에 대한 각오. 일 년 중 많아야 두세 번 볼 수 있는 얼굴들을 마주하는 태도에 관하여 그간 정리한 생각을 옮겨 적는다.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정말 모르고 난 아직 모르니

열심히 눈을 맞추고 들어보겠다는 다짐.


혹여나 나의 말을 단편적으로 해석하여 평가하는 말이 들리면 그건 가까이서 자주 얘기를 나누지 못해 이해가 부족한 탓이니 함부로 미워하지 말 것이며,

내가 맞다, 당신이 틀렸다 판단은 접고

오롯이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것이고,

구하지 않은 조언은 감히 할 생각도 말아야 하며, 어설픈 충고는 더더욱 삼갈지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으니 유한한 순간을 금쪽같이 여기며 대화해보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되새기게 될 우리의 시간이 애써 윤색하지 않아도 절로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못 본 시간 동안 각자가 이룬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잃은 것들은 티 나지 않게 포장하고, 적당히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다 돌아올지언정, 그럼에도 함께 있을 때 즐거웠던 마음이 잊히지 않도록.


이 모든 각오는 그간 무수한 소통의 오류로 괴로워했던 경험의 소산이다.





다기능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내겐 너무 아름차다.

그러므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몰입하기 위해 연휴 동안 글쓰기에 대한 각오는 조금 가벼이 내려두고자 한다. 명절을 지내고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매일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요지를 이렇게나 구구절절한 문장으로 쌓아 올리다니. 분명 나는 두괄식보다 미괄식 인간인 것이다.


연중 두세 번 만나는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가꾸기 위해 내 앞의 가족과 친구들의 눈을 맞추고 그들에게 몰두하고자 한다. 아마 글보다 말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되겠지. 말로 내뱉는 투박한 생각이 겹겹이 쌓이다가 글감이 되고 매끄러운 글로 단장을 마치면 떨리는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누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도 내일의 나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