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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phapha Dec 12. 2019

습관에게 집착하기

가랑비에 옷 젖듯 실천하는 작은 습관의 비법

나는 무언가에 이상하리 만큼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 그대로 그 집착의 대상이 꽤나 이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내일부터 먹을 수 없으니까 오늘까지 무진장 먹어보자 결심하여 실천하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구매했는데 초반에 내가 생각했던 구도로 메모가 잘 써지지 않으면 그 다이어리나 문구류를 쓰지 않는다던가,
과거에는 새로운 과자가 출시되면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렸고,
너무 사고 싶었는데 여건상 구매하지 못했던 물건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닳도록 생각이 나 결국엔 사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뭔가에 꽂히면 하는 성미라고 봐야 하는지 몰라도 이게 좋은 부분으로 가면 다행인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다는 게 말썽이다.
미니멀 라이프에 꽂혀 있을 때에는 물건 버리기에 엄청나게 집착하면서 분리수거 날 전날에는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버리고 정리해야 하는 물건들이 계속 생각나 자리에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어느새 버리기와 물건 정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이상한 것으로의 집착은 이제 접고 얻고 싶은 습관에 대해 집착하는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생긴 집착은, 계단 걷기이다.
원래도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유일한 운동이긴 했는데 시간을 내서 따로 걷자니 낮동안의 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음먹고 ‘이 시간에는 걷기 운동을 해야지’ 하더라도 날씨 탓 기분 탓하며 타협하다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겼고, 그렇게 하다 보면 약속을 못 지킨 나를 타박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무조건 아이 등원을 시킨 후에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작심하고 근처 큰 공원을 돌자고 생각하니 쉽게 움직이지 않던 두 다리가 동네 마실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 넣으니 쉬이 걷게 되었다.



늘 10시도 안 된 시간이라 영업점들이 문을 열일은  거의 없고 커피 전문점 외에는 딱히 눈이 가는 곳이 없으나 요즘 커피를 끊기 위해 노력 중이라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면서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뭐가 생기나 기웃거리기도 한다.
패스트푸드점에 새로운 광고 포스터를 보면 요즘 이런 맛이 유행인가 보네하고 추측하고 수북이 쌓인 아파트 옆 길가의 낙엽을 밟고 집으로 걸어오면 마치 인생의 단짠 맛과 쓴맛을 아는 사색가가 된 기분이 들어 만족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해서 무조건 하루 1회라도 한 번은 집까지 15층을 걸어온다.
처음에는 결심은 있는데 늘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니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게 되었고 계단 걷기를 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 시점에 알람을 맞췄다.
'계단 걷기' 알람이 며칠을 울려대고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이어졌다.
간혹 알람 시간보다 먼저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기도 했는데 그럴 때에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서 의식적으로 계단 걷기를 떠올렸다.




<동네 한 바퀴 걷기>나 <계단 걷기>도 나의 생활에서 내가 습관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움으로 접근했다.
해야 만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면 더 싫어지게 되므로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게 등원 후 걷기와 계단 걷기로 이어졌다.
이제는 등원 후 걷기와 계단 걷기가 1+1 같은 개념이 된 것이다. 습관이 생기려면 21일이 걸린다고 했는데 '의식'을 갖고 있으면 그 보다는 훨씬 더 빨리 자리를 잡게 되는 것 같았다.




건강한 마흔의 라이프를 갖기 위해서 몇 가지 의식적인 습관을 장착하고 싶은 게 내년의 목표이다.
밀가루 안 먹기, 점심은 반드시 현미채식 하기, 영어 공부하기 등등.
너무 많은 습관들을 한 번에 하려면 쉽게 되지 않는다.
습관을 도와주는 어플이 많이 있긴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그 습관에 의도적인 몰입을 해서 몸이 알아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잘 맞았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는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켜는 습관적 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이런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나 역시 매일 아침 10분 스트레칭을 1년 넘게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 10분이 너무 힘들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잊어먹었기 때문에 아침 시간을 그냥 허비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갑상선 약을 먹고, 화장실에서 씻고 곧바로 메이크업을 한다.
이후 10분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노트북을 켠다.
한참 글을 쓰려는 의식을 갖고 있을 때에는 노트북 켜기가 익숙했었는데 반드시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만 들어가야지 뉴스나 실시간 검색어에 손을 댔다가는 글쓰기 약속을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요즘은 무조건 정해진 루틴대로 한다.



작은 습관이 모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과가 된다.
내년부터는 바깥 생활보다는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어서 12월부터 워밍업 중이다.
아직도 집에  있는 것은 좀이 쑤셔 힘들긴 하지만 하루를 온전히 할애하기보다는 오전엔 외출하고 오후에 집에 머무는 식으로 훈련 중이다.



카페와 커피 끊기를 위해 집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테이블을 창가로 옮기기는 했지만 아직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단, 오전에 글쓰기를 할 때 좀 더 집중이 되는 느낌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풍수지리를 믿나 보다.
2020년에는 나의 뇌가 눈치채지 못하게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작은 습관에 대해 몰입할 계획이다.



@bypha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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