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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이 May 12. 2021

낯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 - 1편

독일에서 프렌즈 찍으려다 막장 드라마 찍은 이야기

한국에 살 때 두 번째 직장이 편도 2시간 걸리는 거리가 되자 나는 과감히 독립을 시도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날려야 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4시간 왕복 출퇴근해본 분들은 아시리라...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부모님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건 (사실 가장 중요한) 보너스. 어느 날은 만원 전철에서 출근하다 운 적도 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싶었다.

나는 지금 독일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회사까지 30분 거리 한산하기 그지없는 곳, 만원 전철은 먼 옛날이야기 같아졌지만 다른 문제들이 슬금슬금 존재감을 드러낸다. 낯선 사람과 같은 공간에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던가. 20대 후반부터 장장 7년이 넘는 시간을 다른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올해 뮌헨 근교에서 쾰른으로 이사하면서 처음으로 살았던 쉐어 하우스에서 예민 보스 잔소리쟁이 하우스메이트에게 스트레스받다가 최근에 다른 곳으로 옮겨 이제 괜찮아지나 싶었는데나의 새로운 하우스메이트는 털털해 보이지만 누군가와 같이 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시시콜콜 다 쓸 수는 없지만 내 돈 내고 살면서 이렇게 가시방석이라니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렇게 또 6개월 스트레스 당첨인가... 아니면 내가 누군가와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된 걸 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다음에는 꼭 싱글룸을 구할 것!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사 박스 잘 보관해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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