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데, 월요일이 아닙니다

by 로움

밤새 체온으로 덮여 포근해진 이불속에

몸을 누인 채,

잠시 휴일이 주는 안락함을 만끽한다.

일상의 리듬을 멈추어도 괜찮은 아침.

휴일이 건네는 기분 좋은 허락이다.

몸은 여전히 이불속에 두고,

마음만 먼저 오늘 하루를 마중한다.


명절 연휴 틈에 맞이한 월요일은

뜻밖의 쉼표 같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 조금의 반칙을 허용해 보자.



보통의 월요일은 루틴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 익숙한 동선, 늘 하던 생각들.

우리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하루를 변함없이 통과한다.

대신, 그 하루에는 뜻밖의 일이

끼어들 자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연휴 속의 월요일은 다르다.

일상이 잠시 느슨해지고,

하루 곳곳에 빈틈이 생긴다.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

무, 파, 명태...

내일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나오는 길.

평소 같으면 바로 집으로 향했을 테지만

오늘은 길 건너편 작은 책방이 눈에 들어왔다.


서점.jpg


잠깐만.


횡단보도를 건넌다.

문을 연다. 종이 딸랑 소리를 낸다.

좁은 책장 사이를 지나며 손이 책등을 훑는다.

수필집 한 권을 빼낸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책은 언제나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서

내게 필요한 말을 건네곤 한다."

'맞네, 정말.'

우연히 나를 찾아온 문장이 반갑다.

장 보러 나왔을 뿐인데

책을 한 권 사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계획에 없던 일.

어쩌면 이런 게 비일상성이 주는 선물이다.

루틴에서 한 발 비켜섰을 때,

늘 하던 질문 대신 다른 질문을 허락했을 때,

삶은 가끔 뜻밖의 힌트를 건네준다.



월요일인데, 월요일이 아닌 오늘.

이 색다른 하루를 굳이 익숙한 방식으로

되돌려 놓지 않아도 좋겠다.

오히려 이 어긋남 속에서

평소라면 만나지 못했을

조금 다른 나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계획에 없던 산책, 생각지 못한 대화,

우연히 읽게 된 문장 하나.

그 사소한 변화들이 모여

우리에게 세렌디피티의 순간을 가져다준다.


빽빽한 일상 사이에 잠시 열린 틈.

그 틈에서 우리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가능성과

마주칠 기회를 얻는다.


명절 연휴 속의 이번 월요일만큼은,

일상의 리듬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우연이 들어올 틈을

조금 더 넓게 열어두어도 좋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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