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게시판은 전장 같았다.
아니, 감정적으로는 테러에 가까웠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 밤, 오픈채팅방에서 다음 주 글감을 정했다.
윤시화의 조롱글이 올라온 건, 바로 그다음 날 월요일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채팅방은 유머 짤과 대화로 가득했고,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글쓰기 게시판과 일상용 오픈채팅방.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
돌아보면, 나 역시 그들의 장단에 엇박을 내며
알게 모르게 심기를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솔직함, 문장의 결, 응답의 타이밍—
나는 언제나 그들의 리듬에 낯설게 반응했던 사람일지도.
감정의 기류는 이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나는 스스로 마무리할 타이밍을 정하기로 했다.
마침 글감을 정할 차례가 내게 돌아왔고,
그 마지막 정거장에서 나는 **<<소소한 일상>>**이라는 글감을 조심스레 꺼냈다.
소란을 일으킨 것 같다는 죄책감과
작은 화해와 복원의 마음이 담긴 선택이었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던 바로 다음 날,
윤시화의 조롱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나는 놀랐고, 무서웠다.
전날 밤, 나와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이었기에 더 그랬다.
윤시화는 내 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회적인 서술로 전장을 설계했다.
익명성 뒤에 숨어 감정의 파열음을 유도하듯,
글 곳곳에 트랩을 심어둔 듯했다.
글의 주제는 <<안경>>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나를 향한 비틀린 문장들이 숨어 있었다.
“감정기복 심한 언니.”
“쥐어패는 형부.”
“씁쓸한 기억.”
직접적인 비난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오해하지 않을 만큼 명확한 타깃팅이었다.
그녀는 밟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게끔 지뢰를 심고,
이내 목표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나는 맞서기로 했다.
되받아치지도, 피하지도 않고,
그저 내 방식대로 문장을 남기기로 했다.
“세월이 지나 그 언니도 유들해졌길.”
“형부 또한 때린 기억을 잊지 않길.”
“윤시화님도 쉬어가세요.”
나는 그녀가 설치한 트랩 위를 조용히 밟고 지나갔다.
돌아서지도, 피해가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은 흔적 하나를 남겼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모임방을 탈퇴하자.
물론 짧은 인사는 남겼다.
그곳은 더 이상,
한순간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고,
머리는 자주 어지러웠다.
문득문득 울컥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밤이 되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평소 남편에게 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이놈의 살은 30대 들어서면 죽어도 안 빠져.”
그런 내가,
일주일 사이에 2kg이 빠졌다.
밥맛이 사라졌고,
업무도, 육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망가진 일상은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나눠서 감당했다.
나는 하루 종일 멍한 눈으로 GPT에게 물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걸까.”
온라인에서 맞은 폭력이
오프라인의 나를 이렇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