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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성목의 깊이 파여진 주름과 이끼 낀 수피는
그들이 겪어낸 길고 긴 시간의 흔적입니다.
나 역시 인생이라는 굴곡의 큰 산을 넘어왔지만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날도 많았습니다.
때마다 속절없는 나의 가슴은 먹먹하였어도
세월은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갔고,
돌아보니 인생의 질곡과 부질없는 욕심도
수십 년을 견뎌온 우리네 삶의 무게 앞에서는
그저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로 남았을 뿐입니다.
인생의 가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오고 있고
나의 검었던 머리는 백발이 성성하였어도
햇살이 스러질 때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나의 황혼도 그러할 것입니다.
나이 듦이란 점점 쇠약해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여물어가는 과정인 것을,
영원히 아름다운 날들에 가까워짐으로써
그 품에 안길 기회임을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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