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그대가 가을이라면,
아직 여물지 앉은 봄의 향기를 모아 꽃을 피우고
초라한 빈 마음에 나를 가두어 두지 않았겠지요.
아마 대지가 익어가는 여름의 바닷가에 웅크린 채
모래의 말로 편지를 쓰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대가 가을이라면,
아득한 빈 들녘에 언 바람을 풀어두어도
짙은 노을빛으로 풀꽃을 피워내고
잎들의 고독이 깊어지는 시간을 견뎌내어
걷는 듯 천천히, 내게 다가와 주시기를
그리하여 마음결에 오래 머물러 주시기를
그대의 아름다운 계절에 부탁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