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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그려넣지 않아도 이미 가득하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어지러운 듯하면서도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이곳에서,
사랑과 평화가 한 가슴속에 공존할 수 있는가 묻는
보마르쉐의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언젠가 죽을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이란 것은
하나의 지나가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사랑이 고통과 아픔을 가져온다고 할지라도,
당신이
이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으로 공존하는 한
그 순간들에 작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슬픈 애도이며, 깊은 사랑이다.
내가 돌아가야 할 풍경과 돌아가야 할 계절로 다시,
소멸이든 생성이든에 상관없는 걸음을 옮긴다.
그곳은 아무것도 그려넣지 않아도 이미 가득하다.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걸어가는 그 시간은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지겹지 않은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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