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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로 스며들던 빛이 싸늘하게 부서지고
재 먹은 구름이 달의 온 몸을 감싸안으면
또 다시 비가 내려,
사노라 가난해졌던 기억이 다시금 또렷해 집니다.
곁을 내어준 내게 이따금씩 찾아오는 것은
조금 시리고 비릿한 삶의 열병 뿐이어도
살아가면서 비 내리는 날이 어디 한 두번 뿐일까요.
오늘은 내가 사랑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초라하게 기나긴 안부를 묻는 대신
마치 어제의 일을 되뇌이듯 마음의 닻을 내리고
거기에 한참을 앉아서 당신을 바라보기로 합니다.
이 비가 그치면 당신도 조금씩 그쳐갈까요.
막연한 긴 기다림의 날들이 계속 되겠지만
이것이 나의 청춘이고,
나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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