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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Nov 20. 2015

기억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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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 높은 나무들은 저만치부터 무성했다.

댓잎 향 그윽한 숲길을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큰 숨을 들이쉬며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옮기는 발걸음 위로 날리는 흙먼지 속에서

어느 계절엔가 같이 걸었던 길이 떠오르고,

여린 손가락 사이를 비집는 햇살의 찬연함으로

삶에 보태어진 기억들은 숲의 틈에서 반짝인다.

발등 위로 흐르던 바람이 발끝에 걸리고

아린 통증이 어둠에 묻힐 때까지 걷다보면

모르는 누군가와 한바탕 수다를 떤 것처럼

생각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서 있는 이곳에 남아있는 모든 것은

오직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리라.

하여, 살다가 문득 그대 얼굴이 보고싶을 때는

그저 이 숲에 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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