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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Nov 26. 2015

다시, 걸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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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하지 않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어오는 바람처럼 불현 듯 떠오르는 까닭은  

누군가에게 자꾸만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까닭은

그저 가을이어서 그렇다.

나는 알고 있다.

떠나간 당신을 떠나보내고 탈탈 털어 온전히

나의 나로 혼자일 수 있어야 하는 고독의 계절,

사춘기의 성장통 같은 이 쓸쓸함을 견디고 나면

고요하고 따뜻한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이렇게 잠깐 그리워하고 말면 가을이 지나갈 테지.

얇아진 마음을 이고, 아슬한 까치발로 서서

멀어지는 가을과 당신을 배웅한다.

안  녕 , 그리고 다시 걸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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