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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하지 않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어오는 바람처럼 불현 듯 떠오르는 까닭은
누군가에게 자꾸만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까닭은
그저 가을이어서 그렇다.
나는 알고 있다.
떠나간 당신을 떠나보내고 탈탈 털어 온전히
나의 나로 혼자일 수 있어야 하는 고독의 계절,
사춘기의 성장통 같은 이 쓸쓸함을 견디고 나면
고요하고 따뜻한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이렇게 잠깐 그리워하고 말면 가을이 지나갈 테지.
얇아진 마음을 이고, 아슬한 까치발로 서서
멀어지는 가을과 당신을 배웅한다.
안 녕 , 그리고 다시 걸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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