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생각_ 딸

by 서울

지난 연말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이 휴가로 3주간 귀국했다.

나도 그 기간에 맞추어 휴가를 길게 냈다.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와서는 아직도 아이처럼 엄마를 연신 불렀다.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았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는데 미국의 음식을 참고 견뎌야 하니 그동안 고역이었을 거다.

이제는 나의 에너지레벨이 그다지 높지 않아 같이 놀아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알폰소 무하의 전시와 재야 음악회, 몇 군데 맛집들을 돌아다녔다.

북촌을 둘러봤는데 서울이 너무 이쁘다고 했다.

올리브 영은 왜 그렇게 인기인지, 해외에서 왔다면 꼭 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화장품과 속옷 등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들도 꼼꼼히 구입했다.

짐을 쌀 때 보니 한식 레토르트 식품이 가득했다.

그 와중에 나는 급성 위염으로 며칠 앓았다.

딸이 원하는 물건이 있었는데 나와 의견이 안 맞아 한바탕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의 군대 면회와 부산에 있는 고모댁에도 다녀왔다.

부산의 광안리와 해운대도 슬쩍 보고 왔다.

마지막 날에는 딸이 보고 싶다는 체인소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나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마니아 영화였다.

3주는 금방 지나갔다.

정신없이 바빴던 연말연시를 보내고 그저께 딸을 다시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

이곳에서 아이였는데 다시 어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나와 남편은 단출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한 명이 없어지니 또다시 집이 휑하니 비었다.

집이 고요했다. 투탁거리며 시끌벅적했던 며칠 전의 일들이 딴 세상 일이 된 것 같았다.

3주 동안 나의 일상은 뒤죽박죽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같이 살 날은 줄어들 거라는 생각에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남편도 그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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