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원」, 2023
최근의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다큐멘터리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러한 답을 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영화, <작은정원>이다. 작은 이웃 모임에서 멋진 영화감독 모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를 보고 온 지 약 2주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도 마음이 두근두근거린다!
강릉 명주동에서 길거리의 정원들을 가꾸는 일을 하고 계신다. '작은정원'이라는 모임 이름과 너무나도 잘 맞는 일이다. 이 모임은 정원을 가꾸는 일과 더불어 '영상 촬영'이라는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된다. 안 그래도 어려운 스마트폰으로 영상까지 찍으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워도 점차 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게 되고, 이는 영화 촬영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영화 <우리동네 우체부>가 탄생했다. 14분의 단편영화지만, 이 짧은 시간 속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노력들이 들어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빠른 시일 내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브런치에 한 줄 남길 수 있기를!
<우리동네 우체부>가 좋은 결과를 거두고, 다음 스텝으로는 다큐멘터리 도전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작은정원>이다! 장르가 다큐멘터리인 만큼 할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들과, 소소하지만 가장 행복한 일상들의 조각들이 등장한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는 동네 행사로 할머니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는데, 열과 성을 다해 찍어주시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계속 남는다. 세대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요즘, 이렇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아직은, 다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할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엄마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었던 것이다. 서운한 점을 말한 사람도 있고, 좋았던 기억만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이 장면부터였던 것 같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끝도 없이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엄마와 둘이 함께 간 시사회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혹시 우리 엄마도 나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나에게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들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이다. 한 분은 영상 촬영을 배우고, 셀카 모드로 기록을 하면서 웃음을 되찾고 '나'를 되찾았다고 말씀하셨다. 일상 속에서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직접 만들지 않으면,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담은 다큐멘터리의 진정한 의미는 이렇게 담기는 게 아닐까?
그리고 어떤 일이든 늦은 시기는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영화들을 접하며, 특히 다큐멘터리나 약간의 가공을 더한 일상 소재의 영화를 보며 늘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 나의 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있지 않으며, 이제 와서 전공을 돌리기에는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작은정원'은 어떤 일이든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다. 단편 영화도 만들고,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일상도, 나도 모든 걸 담아낸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시간과 기회가 얼마나 많이 남은 것인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아직 단념하기는 일렀다.
함께 한다면 작은 일이라도 큰 의미가 담기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시작하는 시기가 언제든, 늦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는 모두에게 다시 한번 꿈이 생기기를, 그리고 나는 그들을 응원할 수 있기를!
202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