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해 가는 과정 / 소곤소곤이야기
쓸데없어 보이는 평안함에 하루를 내어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가끔은 누군가를 먹이고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해 왔던 많은 일들이
비록 지금은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 보일지언정
그때는 너무도 절박한 일들이었다.
성적 좋은 아이가 내 상장인양
내 아이의 얼룩 없는 운동화가 내 얼굴인양
그렇게 내 40대가 끝나고 50대가 시작되었다.
절대로 놓을 수 없는 목표였고 한번 시작한 이상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를 얻는다면 시작한 것이 무의미해진다 생각했었다.
요즘 난 읽어줄 사람이 없는 글을 적는다.
울며 적기도 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일 때도...
지금의 내가 보기엔 쓸데없는 일을 한다.
카페에 와서 컴퓨터의 빈 공간에 생각나는 말들을 옮긴다.
내가 내 안의 말들을 두서없이 꺼내 놓고 혼자 읽고 수정한다.
사실 해외에 있는 나는 친구가 없다.
이곳 호찌민으로 이사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않았다.
홍콩에 10년 가까이 살며 난 많은 사람을 알고 지냈다.
아이들의 학교 엄마들, 교회 사람들, 하물며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 친구가 되기도 했다.
난 사교성이,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살림살이며 아이들 돌보기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겼다.
그리고...
그간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는 일들...
남편의 외도, 가출, 그리고 알코올중독...
그리고 경제적 문제들
친정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의 치매...
이런 일들이 정말 줄이어 생겼다.
숨도 쉬기 어려운 폭풍이 불 때,
친구가 날 버린 게 아니라 내가 친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친구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예전 아이가 보던 영어로 된 비디오 'We sing'이 생각난다.
어떤 친구가 항상 장난기가 많았는데 어느 날, 털이 다 빠지는 병에 걸렸다.
친구들이 자기를 귀찮아하는 줄 알고도 장난을 그치지 않았던 그인데,
병에 걸리자 자신을 숨기고 숨어 들어간다.
모두가 그를 원치 않을 거라 생각하고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운다.
친구들은 그를 피할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물론 아이들 연극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나중은 해피앤딩이다.
친구들이 그를 보고 함께 치료약이 흐르는 곳에 그를 데리고 가서 그의 병이 낫도록 도와준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친구에게 가는 건, 더욱이 새 친구를 사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 자신의 돈이, 외모가 친구가 된 이유라 생각하고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가 그들을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55세의 늙도 젊도 않은 나이에 요즘은 친구가 사귀고 싶다.
신기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또래의 범위가 엄청 넓어졌다.
쓸데없어 보이던 일들이 의미를 찾아간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나를 돌아본다.
뭔가 의미 있는 일만 의미 있다 생각했던 내가 이젠 이런 생각을 한다.
의미는 가는 길에 보이는 것 같다.
#bysogons20251029 #비밀같은이야기 #의미는가는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