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난 편안해질까>

50대 일상 에세이

by sogons

이 모든 게 다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바람도 폭력도 폭언도 다 그가 한 게 맞다.

대체 몇십 년을 이렇게 미워하고도 아직도 기대했던 게 있었던 걸까...


부부란 참 이상한 관계다.

그만보면 될 것을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미운 정이라는 게 이런 건지...

아니면 요새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가스라이팅인지...

난 그가 바람을 피우고 다시 나타나도

하루를 지옥으로 보내고 몇 날 며칠 잠을 못 자고도

다시 눈을 뜨면 그 자리에 있다.

다시 그의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하고 있다.


젊은 시절 난 누구보다 깔끔쟁이였는데...

거슬리는 사람을 내 주위에 두고 견딜 내가 아니었는데...

50대 중반의 이 처절한 고통이 날 그저 누워있게 만든다.

다시 일어나 보려 하지만

또다시 쓰러져야 할 걸 아는 내가

다시 일어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전엔 거울에 비친 내가 참 불쌍했었는데

이젠 맘고생을 해도 마르기는커녕 살이 찌고...

거울의 날 볼 때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가정의 일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운 일인 줄 알면서도

익명의 창문을 열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오늘도 들을 이 없는 글을 말하듯 쳐 넣는다.

시도 적고 일기도 쓰고 …


20년을 같은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게

나도 싫다.

같은 고민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내가 싫다.

아무도 책임져 주지 못하는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없지만

목까지 차 오른 이 울분을 바늘구멍이라도 내어 내보내지 않으면

터져 버릴 것 같다.


어제도 그는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대화를 단절하고

예전처럼 누구와 어디로 나가는지 말할 필요가 없어진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그는 항상 말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땐

하루이틀 전에 화를 내고

대화를 끊고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나간다.


그를 그만 버리고 이 생각을 끊어내고 싶지만

25년이 넘는 결혼 생활에 내가 이 자리에 녹아내려 있어서

나 자신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시 박차고 나올 자신이 없다.

가정에 헌신하며 산 내 인생이

그에게는 싸구려 대접을 받고 있다.

난 오늘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억울함을 글로 적어

허공에 종이비행기인양 날리고 있다.


#소곤소곤이야기20251210 #bysogons #용서를바라지않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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