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게으름이 될때>

웅크려 있다 by sogons

by sogons

손끝에, 온 말초 신경에

감각이 무뎌옴을 느낀 나는

연신 팔과 손을 쓸어내린다.


딸 둘을 낳은 나는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기까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마음껏 우는 것조차 사치였고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남편의 선을 넘은 일탈로

정상적인 삶에 대한 기대마저 사그라들어

슬픔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스럽게도

아이들이 다 커서 나갔는데도

남편과 살고있다.


모든 이의 인생이

항상 권선징악의 결말로 끝이 나지는 않지만

삶의 끝은 해피앤딩이리라 굳게 믿을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던 나는

이 상황에도 결정을 내리기 두렵다.


싸우면 한 두 달씩 집을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을

다사 받아들이는 방법밖에는

선택이 없었던 때,

나의 옆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이 지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자

버틸 힘이었다.

이렇게 나의 젊음이 가고 있었다.


오십 대 중반을 넘긴 나,

여태까지 지켜왔던 인내심이 아까워서인지,

가정 주부로 살아온 여자의

경제적 자립 능력 부족 때문인지,

뚱뚱해진 몸매 때문인지,

그저 게으름인지…


그저…

자주 우울해지고 공허해지는 나는

잠이 들 때까지 유튜브를 보고

잠이 들기까지 그 소리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밤이 오고

소리가 잠잠해지면

배신감에 몸서리치던 밤으로

돌아가 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용기도,

밖을 나설 용기도 없다.


화려하게 살던 남편의 바람기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조금 잠잠해지는 듯 보였으나

욕구불만 때문인지 알코올 중독은

더욱 심해지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나에게 세상은

부패하고

비정상이며

거짓말쟁이 같아 보였다

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그래서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쉴 틈 없이 포크를 놀려 입으로 가져간다.

배가 고픈 게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살이 부풀어 오르는 것만큼이나

더 작게 쭈글어든다.


#소곤소곤이야기20251211 #bysogons




작가의 이전글<불평은 성격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