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의 사랑>

나만 생각하기로 해놓고... 소설 #7 bysogons

by sogons

어릴 적에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를 타고 강원도로 피서를 갔다.

엄마 아버지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며칠을 쉬다 왔다.

아버지는 몇 해 살 집을 짓듯

텐트 자리를 고르고 끈으로 단단히 텐트 줄을 묶었고

엄마는 매끄러운 돌을 옮겨 텐트 입구에 놓고

드나들 때 발을 씻고 들어가게 했다.

두 분 다 몇 달 살 집을 꾸미듯 땀 흘려가며 열심이셨던 모습이 선하다.


난 모든 부부가 이렇게 사는 줄만 알았었다.

결혼을 하면 그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남편과 하는 줄 알았다.

술과 여자가 끝이 없는 남편이 정말 참기 어려워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

친구 말이,

다들 50이 넘으면 정신 차리고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10년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지만 50이라는 나이는

그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

이 기막힌 삶에 안주하는 나이가 아니었나 싶다.

50 이 넘어

이혼하기도 그렇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모두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50까지

잘 참고 살라는 의미였을 것 같다.


50이 되면 다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말이 되든 안되든 믿고 싶었다.

그렇게...

50을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그도 늙었지만

속 썩은 나는 두배로 늙었다.

늙은 그는 더 뻔뻔하게 능구렁이가 되어

거짓말이 물이 올랐고

난 지치고 지치고 지쳐서

이젠 나아지리라는 기대마저 사그러 들었다.


오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른 사람들은 남편에게 사랑받는 사람도 있는 걸까?

난 그런 사랑이 세상에 있다는 걸 믿을 수 조차 없다.

속이는 게 일상인 그는, 속이는 재미에 빠져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진실을 찾아내도 그는 거짓이 마치 놀이인 양

부끄러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이렇게ㅠㅠ

오늘 난 또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그가 지은 죄를 바라보고 있느라

세상이 어두워 보였다.


정상일 수 없는 일들이 정상 같아 보이는

이런 세상은 나만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들 이러고 사는 건데

자존심 상해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난 자존심 찾다가 터져버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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