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변명>

뚱보가 된 이유 bysogons

by sogons

날씬이였던 내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는 동안 조금씩 변해온 생활 방식의 차이였을까?


배고프게 굶지 않았고

일부러 음식을 가려가며 먹지도 않았었다.


난 성장이 멈춘 후 20년 간을 같은 몸무게로 살아왔었고...

아이 둘을 낳고 기르는 동안

아이 한 명당 3-4킬로 정도의 몸무게 증가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

사실 남편의 일탈은 이미 30살이 되기 전부터 있었고

내 살의 원인을 그것으로만 돌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남편의 문제의 초창기엔

잠을 못 자고 위장 문제가 생겨서 체중이 많이 줄어 있었다.


남편의 일탈은 나이가 들어도 그칠 줄 모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아이들은 커서 내 품을 떠나고

부모님은 약해지시고

몇 해가 흐른 후에는

마음으로 의지가 되었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항상 긍정적이던 엄마가 우울증에 치매를 앓게 되셨다.


쉴 새 없이 부는 바람에 쓸리고 아파하는 기간이 꽤 길었다.

증상이 있어도 갱년기인 줄도 몰랐다.


상황에 떠밀려

집에만 있던 내가 돈을 벌러 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거칠었다.


이렇게

3-4년이 지나고 거울을 보니

난 뚱보가 되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

집에 거울이 다 없어졌었는지...

모르겠다.

살이 찌는 줄도 모를 만큼 내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건 지난해부터다.

살이 빠진 건 아니고...

내가 뚱보가 된 게 보였다.


대학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커진거라고 느끼지 못하고

친구들이 마치 작아진 듯 보였다.

접시에 놓인 1인분의 음식이 부족한 듯 보였다.

눈까지 살이 찐 건지...


날씬이로 살아온 나의 젊은 시절에

나도 뚱보는 게으르며 먹기만 좋아한다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그들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난 지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왔던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내 모습을 보았으니 다행이다.

여러 좋다는 방법 중에

내가 잘못 걸어왔던 길을 거스르는 방법이 보이길 바란다.

일으켜지지 않는 맘이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설득할 수 없으니,

그저 몸을 일으켜 맘을 설득하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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