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사는‘좋은 놈’과 ‘나쁜 놈’을 아십니까

배지영 작가특강,글쓰기는 ‘쓰는 사람을 가장 먼저 변화시키는 일'

by byspirit

지난 7일, 충남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는 글쓰기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열린 '1인 1책 쓰기 프로젝트' 사전 특강에서 배지영 작가는 '계속 쓰는 사람만이 책을 출간한다'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배 작가는 강연 초반,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하며 글쓰기의 본질을 설명했다.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 스티븐 킹


- 매력적인 글쓰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배지영 작가는 글 속에는 '좋은 놈'과 '나쁜 놈'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하며, 강연에 참석한 예비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들은 것, 말한 것, 생각한 것, 느낀 것, 본 것, 한 것 중에서 어떤 글이 가장 나쁠까요?"라는 물음이었다. 이어 답으로 '한 것'을 꼽았다. 실제 경험을 나열하는 데 그칠 경우 글이 늘어지거나 비문이 많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배 작가는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정리하고 의미를 찾아 문장으로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매력적인 글쓰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 감동, 그리고 쓸모다. 특히 감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투고한 원고가 책이 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고 현실적인 출판 환경을 짚었다. 이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저자가 쓴 연애편지를 독자에게 전해주는 게 편집자의 일"이라는 글을 읽었고, "그 책을 읽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게 책"이라고 말한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냈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세상에 나온 책이 <소년의 레시피>다. 이 책은 언젠가 아이들에게도 수백 가지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책이라고.무엇보다 특강이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강연은 글쓰기 기술을 넘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끝까지 이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달까.


"글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매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원고를 보냅니다."

이날 특강은 단순한 글쓰기 강의를 넘어 '쓰기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실제로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한 '1인 1책 쓰기 프로젝트'는 4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2020년부터 독자에서 출간 작가로 (군산 작가 포함) 6년간 70명의 작가를 배출하고, 60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독자에서 출간 작가로, 매년 책을 쓰는 사람으로 성장한 사례들이 소개되며 글쓰기가 특정한 재능 만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아니라, 꾸준히 읽고,쓰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강연 중에 77세에 첫 책을 낸 작가의 사례는 나이와 상관없이 글쓰기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대목은 '부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배 작가는 "지옥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부사들이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매우, 정말, 너무, 제발' 같은 표현들이 글의 힘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를 짚었다. 부사는 단칼에 잘라낼 수 없는 '둔한 폭력'이라는 표현은 글을 써온 이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 글쓰기 모임은 서로의 삶 나누는 공동체

배지영 작가는 이어 4기째로 접어드는 '1인 1책 쓰기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참여 연령층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올해는 또 어떤 삶의 이야기와 문장을 만나게 될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한 배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과정이라기보다, 끝까지 써 보는 경험을 함께 만들어 가는 여정"이라며, 올해도 각자의 속도로 한 권의 책으로 다가가는 시간들이 쌓이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배 작가는 "글쓰기 모임이 단순한 수업을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공동체가 된다"고도 전했다. 몇 년이 지나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처럼, 글쓰기 밖의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고. 세대를 뛰어넘는 친밀함 속에서 서로의 삶과 문장이 서서히 물들어 간다는 설명이었다. 오히려 유명한 작가들보다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자극을 받는 순간도 많다고 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나도 쓰고 싶은 이야기였는데…"라는 댓글을 남기고, 같은 글감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 쓴 글을 다시 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배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결국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나 또한 '1인 1책 에세이 글쓰기' 2기에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글을 쓴다는 일이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었다고 느낀다. 쓰는 동안에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지만, 한 줄 한 줄 쌓여 가는 문장을 보며 결국 나의 시간과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되어 간다는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쓰는 배지영작가님과 글지기들이 있다는 사실이 글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 됐다. 서로의 글을 읽고, 응원하고, 때로는 같은 고민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글쓰기는 개인의 작업을 넘어 서로의 삶을 비추는 시간이 되었다.


글쓰기는 어쩌면 묘한 힘을 가진 일이다.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잠시 잊게 만들 만큼 몰입하게 하고,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격과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예비 작가들이 오늘도 원고를 펼친다. 누군가는 첫 문장을, 누군가는 마지막 문장을 향해, 각자의 속도로 자신의 책에 가까워지고 있다.글은 결국, 쓰는 사람을 가장 먼저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2026년에도 충남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되는 '1인 1책 쓰기 프로젝트'는 2월 사전 특강과 심사를 거쳐 참여자를 선발한다. 서류 접수는 2월 8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되며, 3월 초 최종 선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3월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사람들에게 이날 특강은 분명한 출발점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과정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저자 배지영 작가와 책나물출판사 김화영 대표가 함께하며, 교정·교열 과정 2회를 포함해 총 17회로 운영된다. 사전 특강과 서류 심사를 통해 13명 내외를 선발하며, 수업은 3월 7일부터 9월 19일까지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당진시립중앙도서관 '와글와글 시끌벅적 말하는 도서관' 커뮤니티룸에서 진행된다. 이후 연말에는 출판기념회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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