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을 채우다
Void, 공백이란 뜻이다.
현재 내 삶엔 공백이 많다. 단순히 비어있는 시간을 뜻하는 게 아닌
무언가로 따듯하고 의미 있게 채워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공백
20대 때는 연애를 하면 이 공백의 7할 정도는 설렘과 따뜻함,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으로 채워졌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연락을 하는 상대가 꾸준히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이 공백을 쓸모없는 시간낭비와 감정 소모로 빼곡히 메꾸고 싶지 않다.
그 사이 쉼표와 같은 시간도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일과 여가,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바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과 조용히 쉬어가는 휴식의 시간, 이 모든 것들엔 '적당함' 즉 균형이 더 중요해졌다.
김창열 화백의 작품이다.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지셨는데 이 물방울은 치유, 순환, 생명의 의미가 있다. 널찍한 캔버스 바탕은 채도 낮은 한문의 획과 영롱한 물방울이 균형을 이루며 구성미를 돋보인다. 물방울이 빼곡한 작품도 있고, 물방울이 단지 7개뿐인 작품도 있지만 이 모두 피곤치 않은 적당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Filling the void, 공백을 완성도 있게 채우는 것
캔버스를 빼곡히 채우기보단 나의 물방울 하나 씩 정성을 들여 채워나가고 싶다.
환자가 없을 때 원장실에 앉아있는 공백의 시간, 독자로만 종종 들러 본 브런치에 생각을 담기 시작했다.
소소하지만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채워보려는 마음을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 함께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여준다면 좋겠다. 때론 내 생각이 전해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공백을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함께 채워 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따듯하고 조화롭게 채워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