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치 말고 풍덩 뛰어들어오렴
"엄마, 오늘 내가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어?"
잠을 청하러 방으로 들어가던 딸아이가 잠시 멈추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유주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네가 엄마를 힘들게 하다니."
나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기죽은 표정의 여덟 살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질문을 던졌을지 충분히 짐작되었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내 모습이 순간 너무 징그러웠다.
"이리 와봐, 엄마랑 이야기 좀 하자."
나는 딸을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고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질문을 했는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나 딸아이는 말 그대로 자신이 엄마를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서 그렇게 물었다고 했다. 내가 안아주자 그저 폭 안겨 눈물을 닦았다. 품에 안기는 이 아이가 너무나 아팠다. 아이의 얼굴이 닿는 나의 가슴 품이 마치 구멍이 나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도대체 나는 이 작고 따뜻한 아이 마음에 무슨 낙서짓을 한 걸까. 지울 수만 있다면 오늘의 나의 모든 말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아주 깨끗이.
모두가 바쁜 아침에 시계를 보지 않고 늘 그렇듯 느긋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오늘 유독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비하라는 잔소리에 기분 좋게 '네!' 대답하기보다는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딸아이의 모습에 오늘 유독 화가 났다. 하루 종일 아픈 둘째를 돌보느라 지친 저녁에 나에게 더 손을 벌리는 딸아이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 유독 힘들었다.
"엄마는 네가 이럴 때 정말 화가 나!"
아마도 오늘 딸아이에게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 순간에는 내 마음을 가장 정직하고 순화해서 뱉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진심이다. 그리고 나의 이 말보다, 전후 맥락에서 아이의 올바르지 않았던 행동이 교정되기를 바라는 나의 메시지가 더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자만이고 오산이었다. 나의 이러한 말들로 아이들의 행동이 순식간에 교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미 몇 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는 또다시 나의 불순한 말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더 올려서 보고 있는 것이다.
내 품에서 눈물 흘리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아, 이 아이는 느끼는 것이다. 나의 미숙한 사랑을. 더 나아가, 나라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가족 간의 문제는 언제나 근원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믿는다. 결국에는 우리의 끊어낼 수 없는 핏줄을, 그리고 미움보다 더 큰 사랑을, 핑계가 아닌 진심 어린 사과를, 우리는 말해야 한다.
"유주야, 엄마가 오늘 너에게 그렇게 이야기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하지만 절대로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을 오해하면 안 돼. 엄마가 너에게 화가 났다고 엄마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야. 그 어떤 것도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을 줄어들게 할 수는 없어."
"유주야, 잘 들어봐. 너는 상상력이 좋으니, 엄마 이야기 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봐. 바다를 한번 생각해 봐, 우리가 자주 가는 핸리비치, 그 넓고 넓은 바다. 너희가 바다에 가서 모래 놀이를 한다고 컵으로 바닷물을 여러 번 건져 낸다고 바닷물이 줄어드니? 밤새도록 바닷물을 퍼온다고 해서 과연 그 넓은 바닷물이 줄어들까?"
"아니."
"아니지? 유주야, 엄마의 너를 향한 사랑은 마치 그 바다와 같아. 엄마가 종종 너에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고 혼을 내어도 엄마의 너를 향한 사랑은 절대로, 아주 조금도 줄어들지 않거든. 정말이야. 엄마와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관계고, 너는 엄마에게 그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그래서, 절대로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변하지 않고 바다처럼 줄어들지 않아. 너는 그것을 항상 기억하고 생각해야 해. 알았지? 그리고, 엄마가 앞으로는 네가 늘 기억할 수 있도록, 더 그 사랑을 보여주도록 더 노력할게."
"응"
딸아이가 나의 마음을 모두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의 비유는 정확히 이해는 한 것 같다.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아이니.
나의 모든 말들은 진심이었다. 딸을 향한 나의 사랑은 어쩌면 바다에 비할 수 없이 더 크다. 그러나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항상 나의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보다는, 진심을 발판 삼아 내 자신을 정당화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의 모든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을 향한 나의 진심은 나의 모든 불순한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시켜 주며 모든 상황을 모면하게 하는, 내 안에 품고 있는 상자와 같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이 보물 상자를 열어서 보여주기는 커녕 이 상자가 있으니 더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인 것이다.
진심을 담아 새롭게 소망한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바다가 아이들 마음에 매일 조금씩 깊이 들어가기를. 나의 불완전한 말과 행동들이 나의 바다를 더 이상 해하지 않고 도리어 나의 바다가 그 모든 나의 미숙함을 조금씩 덮어가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아도 나의 바다 안에 그들이 의심치 않고 풍덩 들어와 넉넉하게 헤엄치며 놀기를.
그렇게 새롭게 소망해 본다. 오늘부터 그 방향으로 조금 더 새롭게 노력해 보기로 다짐한다.
2025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