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속도
느리지만 가고는 있는 거지?
브런치에 글을 쓴지 5주가 돼 간다.
발행한 지는 일주일도 안됐다.
지난 5주 동안 아침에 조금씩 글을 쓰는데 발행글 1개를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기도 했다.
솔직히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을, 혼자서, 매일, 꾸준히, 같은 시간에 한다는 건 수행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내가 모르던 또 다른 세상이었다. 모두가 수행자들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니 놀라웠다.
브런치가 생긴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서비스가 참으로 반가웠고, 나도 그때 가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간 도전해야지'라는 마음은 해를 거듭하며 미뤄졌다.
그러다 잊혀졌다. 사용하지 않는 앱이라 삭제했다.
브런치에 다시 들어오게 된 건 이제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서였다.
정보성 글보다 그냥 내 마음과 경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블로그는 왠지 어색했다.
여러 툴과 플랫폼을 사용해 보았다.
업무용으로 만났지만, 개인용으로 아주 잘 쓰고 있는 '아사나(Asana)'라는 툴이 있는데, 할 일을 트래킹하긴 쉬워도 긴 글을 쓰기에는 적합하지가 않았다. 에버노트도 오래 사용했지만, 메모장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블로그와 티스토리에 들어갔다가 오래 전에 글이 멈춰 있는 걸 보니 꼭 싫어하는 나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꾸준히 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 나. 딱 그 모습이었다.
브런치는 무엇보다 글씨 색이 맘에 들었다. 아주 블랙이 아닌, 흐릿한 블랙인데 그레이는 아니야.
이것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고심이 느껴졌다. 많이 늦었지만...
나같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데나 쓰면 되지, 적당한 툴을 찾는데만 꽤 시간이 걸렸다. 마치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책상정리하느라 하루를 다 쓴 것 같다.
느리지만 내 속도가 있는 것 같아
나는 지금 몇 키로로 달리고 있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잡지기자를 할 때는 두 달을 빨리 살았고, 지금도 트렌드를 따라 가려고 많이 공부한다.
하지만 많이 느린 것 같다.
그런데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저마다의 속도는 모두 다르니까. 나는 나만의 속도를 찾은 지금이 오히려 좋다.
빨리 달리려고 했던 때보다 작은 습관들이 켜켜이 쌓이는 지금이 어쩌면 나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적당한 속도를 몰랐다.
몸과 마음,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 모두 균형있게, 나만의 속도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해야 하나.
이제 알겠다.
내 안으로 시간과 생각의 방향을 튼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맞게 가고 있는 걸까?', '지금 해도 괜찮을까?' 이런 의문이 들 때 나 외의 것을 생각하는 걸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데?'라고 나에게 질문해 보았다.
'아프지 않게 살고 싶어. 통증 하나 없었으면 좋겠어. 작은 통증도 나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럼 치료도 받고, 운동도 하고.
그랬더니 안 아파. 운동은 정말 아프지 않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해야겠어.'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핑계도, 그 어떤 방해꾼도 끼어들지 않았다.
운동이 차츰 습관이 되고, 몸의 통증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관심사가 되니 당연히 그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세상에서도 나는 느린 축에 속했다.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나의 속도니까. 지금이 중요하니까.
'또 어떻게 살고 싶은데?'
The pace of life, living slowly, the direction of life/ by bing@bysummer
느리지만,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느린 게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