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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Oct 10. 2020

그냥 살아지니까 사는 거지. 넌 무슨 그렇게 생각이많냐

" 그냥 살아지니까 사는 거지. 넌 무슨 그렇게 생각이 많냐. "


내 중학교 친구 중 한 명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저 대답에 했던 나의 질문은 이거였다.

" 인생이 참 그렇다, 난 어떻게 살아야 될까. "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궁금한 게 많던 아이 었다.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앞으로의 삶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이런 심오한 생각들을 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한다. 저 생각들은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해왔던 생각들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타고난다. 최근에 상담가 친구에게 TCI검사라는 성격 및 기질 검사를 하게 됐다.

내 성격은 타고났고 특히나 싫어하는 성격은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검사를 하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성격이라는 것은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이고 기질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

내가 좋게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타고난 기질이었다는 것.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성격이었다는 것.

기분이 묘했다. 좋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다. 이제껏 생각해왔던 것과 달라서. 

외면했던 나의 안 좋은 성격들과 습관들을 바꿀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망이 넘쳤다. 그리고 내가 왜 그런 심오한 생각들을 하고 무슨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해 마음을 쓰며 행동하는지도 알게 됐다. 

이 검사지의 힘은 컸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흘러가듯 살아왔는지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검사지에서 나의 점수는 대부분이 높았다. 


딱 한 부분 빼고. '자율성'

의아했다. 자율성? 자율성이 뭐지? 자유로운 마음인가?

친구에게 물었다.

" 아라야, 자율성이 뭐야? 난 나름 자유롭게 산거 같은데. "

친구가 대답했다.

" 은혜 너는 너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알아? 잘 묻는 편인 거 같아? "


이 질문을 듣자마자 멍 했다.

내 마음.. 내 마음이라...

그러게. 내 마음. 내 마음이 뭐지? 내 마음 상태가 어떻지? 


처음이다. 내 마음에 대해 운운한 적이. 친구에게 모른다고 했다.

친구는 내 마음을 온전히 '좋음'으로 선택한 적이 있냐 물었다.

아니, 없다. 내 좋음이라는 것을 나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나는 우유 분단한 성격도 아니고 어딜 가서 선택도 잘하고 내 생각도 잘 말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작 중요한 순간들과 선택지에서는 나의 마음보다는 주변의 시선, 특히 부모님의 기대, 환경적인 부분.

대략 이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정했던 것 같다.

춤을 그만둔 것도, 헤어 자격증을 땄던 것도, 회사를 3년 다닌 것도.

이 모든 것이 내 좋음으로 선택하였는가? 아니다. 나는 내 '좋음' 이 무언지 알지 못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세상의 흐름으로 맞추기 바빴다. 그래서 늘 공허했다. 왜 내가 이 곳에 존재하는지 존재 이유를 알지 못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의미를 부여하는 나로서는 의미가 없는 삶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나는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 자리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뒤쳐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안정적인 삶에 안주했다.

꿈이 참 많던 나였는데..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매일 생각했다. 내가 이 곳에 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던 중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음악을 배우고 싶어 졌다. 춤을 다시 추고 싶어 졌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졌다.

그리고 28살 퇴사를 하게 됐고, 원하던 음악을 배웠다. 그치만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당시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마음 둘 곳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원하고 노력해서 얻은 환경인데. 이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내 마음이 어떤지 몰랐던 것이 제일 컸다.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나이를 탓했다. 나에게 질문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1년을 방황했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9살이 될 때까지 여권 하나 없고 가까운 일본도 가본 적이 없었다. 

비행기라고 타본 적은 제주도 갈 때뿐이었다. 나는 유럽에 대한 로망이 짙다. 우리나라와 다른 건축 양식이 실제로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었다. 타지에서 혼자 있으면 무엇인가 큰 정답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여행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1년간 다른 회사에서 일했다. 

단 하나, 유럽 한 달 여행을 위해.

너무 행복했다. 물론 좋은 회사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너무 행복했고, 29년 살면서 내가 온전히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한 것이라서.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결국 난 가지 못했다. 

처음엔 원망도 했다. 왜 내가 선택한 것을 이루지 못하게 됐을까. 

회사 계약이 만료가 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검사도 하게 됐고 책도 많이 읽었다.

눈을 떠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내가 좋아하는 것 투성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글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 같이 춤췄던 친구와 레슨도 듣고.

결정하기 전에 나의 마음을 묻기 시작했다.

네가 좋아하는 건지. 원하는 건지. 하고 싶은 건지.

평생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의 얘기에는 귀 기울인다. 잘 듣고 잘 행동한다.

물론 조언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주변 환경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그 무엇보다 본인에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까.

나는 이제 와서 알게 된 보석 같은 정답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마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우리들은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것을 다들 거창하게 원한다. 그 기준점 또한 다른 포커스에 맞추기 십상이다. 내 마음 보단.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나와 대화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좋음'은 무엇인지. 

다른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존재 자체로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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