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은성 Dec 13. 2020

나는 지금 비밀의 숲 덕후

30살,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백수생활을 한지가 처음인 나는 초짜백수 2달 째.


최근 두달 전에 1년정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의도치 않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잠시 다녔던 회사의 이유는 단지 해외여행이였다. 여권조차 없던 나는 어딜가면 일본도 가보지 않은 신기한 사람으로 보이곤 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만을 꿈꾸며 매일을 가고싶은 나라들의 사진만 찾아봤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예기치못한 코로나19로 인해서 집 구석에서 넷플릭스 여행하는 꼴이 됐다. 



평소에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드라마나 영화나 TV자체를 즐겨보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광고로 접하거나 줄거리를 봤을 때, 아 이건 내가 꼭 봐야겠다. 하는 작품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드라마에서는 미생, 응답하라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의 아저씨 이런 작품. 그냥 내 느낌으로 선택해서 보곤 한다. (누구나 다 그런지 궁금하다.) 보통 흥행하는 작품만 골라보는 사람들도 많지 않던가?


흥행했어도 나에게 흥미가 없다면 잘 보지 않는다. 

친구가 재밌다고 추천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영화도 내가 보고싶어질 때가 있다면 보지만 굳이 추천으로만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내 성격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고쿠센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일본어도 모르고 일본 드라마는 더 더욱 관심도 없는 내가 그 드라마에 소위 입덕 하면서 방학 내내 하루종일 밥도 거르고 본 기억이 있다.

어느 순간 쯤 신기하게도 귀에 일본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막을 보지 않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언어 공부를 드라마로 하라고 하나보다.) 그것 또한 신기한 경험이였다.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끝을 낼 때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 탓에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 덕질.

몇달 전에  빠져들었던 프로그램은 연애의 참견이다.

아직도 언제 몇시에 하는 프로인지 모르지만, 넷플릭스와 유투브로 보기 시작해서 거의 시즌별로 하나씩 격파 중이다. 보면서 위안이라도 삼는 듯 방구석 참견을 하며 실연의 아픔을 대신하곤했다.


생각해보면 영화 인터스텔라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었다.

스토리와 표현력, CG에 감탄하며 울고 웃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3번이나 봤다.

나는 공감력이 매우 높아서 몰입도 또한 높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게 항상 어렵다. 

인터스텔라도 내리 3번을 보고나서 이 지구와 우주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서 영화에서 나온 여러가지 과학용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드라마 라이브를 볼 때는 경찰들을 찾아보기도 했었고.


최근에 시작한 드라마는 비밀의 숲 이라는 드라마이다. 검찰과 경찰 이야기, 이런 수사극이나 시리즈물을 좋아해서 줄거리를 보자마자 시즌1을 시작했다. 2017년도에 나온 드라마인데 지금까지도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었다.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가면 갈수록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평소에 생각했던 부정부패들을 다루는거라 부들 부들거리며 본다. 이틀만에 시즌1을 끝내고 시즌2 시작을 앞두고 있다.

내 머릿속엔 온통 검사 황시목 생각 뿐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내가 황시목이 된 것 마냥 자세히 관찰하고 생각하곤 한다. (좀 웃겨) 뉴스에 검사얘기가 나오면 아는 단어라고 특임검사, 특검 이런 단어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네이버에 검사의 직급 이런 것들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정도로 드라마에 빠져든다.

예전에는 이런 성격을 절제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게 아닌가 해서.

그치만 이제는 이런 점들이 내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질릴 때 까지 하게 냅둔다.

그리곤 생각한다. 아, 이것 또한 서서히 멀어질 때가 오겠지

그 행위를 오랫동안 하더라도 죽을 때까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들이 아,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것 처럼.

인생의 힘듦 또한 죽을 때 까지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잊혀질 때가 오고 이제는 그만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반드시 든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행위를 하는 동안에 불안감이 사라진다.

그리곤 행복만 남는다. 아 너무 재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겠다. 등등


내가 골라보는 드라마나 영화같은 매개체는 나에게 주는 교훈이 참 많다. 

어렸을 때 만화책을 참 좋아했는데 아빠가 못보게 했었다. 글이 잔뜩 들어있는 서적들만 보라고 했었다.

글만 잔뜩 있으면 뭐하나 나에게 기억 남는 문장이 단 한개도 없는데. 

반면에 몰래 훔쳐봤던 만화책 슬램덩크에 나와 있는 문장들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


이렇듯 내 마음에 남는 것들은 결국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는 것들 이다.

삶도 그렇다. 우리에게 시간낭비란 없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휴식이지만 그 속에서 뇌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결론을 짓고 무의식에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유투브를 뒤적거리는 것이 허튼 시간을 보낸다 자책해도 분명 남는 무엇인가 있고 또한 질릴 때가 있다는 것.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더 억압하고 틀렸다고 생각하지 마라.


매일을 시간낭비하면서 죽을 사람은 없다. 질릴 때까지 보고 그만할 때까지 들어라. 그 안에 답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재밌고 훌륭한 작품들이, 컨텐츠들이 무수히 많다.





작가의 이전글 제목을 입력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