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1년 계약직 교직원이 되다.

내가 선생님이라니

by 한은성

"네? 합격이요?"


퇴사를 하고 나서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에

우연히 교회 목사님을 통해 알게 된 대학교 구인구직 정보에 덜컥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여 나는 강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공황장애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다음

뭘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찰나였는데

의도치 않게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예대를 나와 안 해본 일이 없다.

아르바이트부터 계약직, 그리고 카페매니저와 마케팅 분야 사무직까지..

자유로운 영혼이던 나는 말 그대로 욜로족이었고 결혼은 꿈꾼 적도 없던 사람이다.

그러던 내가 35살이 된 지금 선생님이 되었다.


춤을 추던 시절 레슨을 해보긴 했지만 그때도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쑥스럽고 뭔가 어색한 단어라 굳이 듣고 싶지 않았던 단어이다.


일본 여행을 가기 전 2월 중순쯤

나는 신학대 교학팀 면접을 가게 되었다.

흐린 눈을 하고서 제대로 된 계약날짜도 확인하지 않은 채,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대 회의실에서 부총장님과 부장님 그리고 팀장님을 마주하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자기소개해보세요."

준비한 것이 없는 나였기에 어버버 하다가

"마케팅 분야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다른 직무를 하고 싶어 퇴사를 하고 쉬던 중 정보를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짧은 자기소개였다.

이어서 신학대라 신앙면접도 있었고, 여러 가지 나의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보니 예대를 나와 이것저것 하며 자유로운 영혼 같은데 학교는 구속적일 수 있을 거예요. 괜찮겠어요?"


다양한 경험이 많았고 이미 사회화된 나이기에

그런 질문에는 전혀 개의치가 않았다.


예술을 했다는 이유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었기에 무경험, 무경력자로 내가 해왔던 직업들은 모두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카페매니저도 계약직직원도 마케팅 사무직도.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무조건 도전한다는 것인데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경험은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나만의 자부심이 있다면

내가 지나온 곳들에는 사람들이 남았고

그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만둔 전 회사에서도 전전 회사에서도 전전 전 회사에서도.. 아직도 연락이 온다. (이건 자랑이 아닌 나의 마지막 자부심이다.)


그렇지만 딱히 내가 꾸준히 해야 할 사명감 같은걸

느낀 적은 없었던 일들이기 때문에 내 발로 나왔었다.


그런 내가 이곳에서 일하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기록해 보고자 브런치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단기알바라고 생각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 게 나에게 좋은 결정이었는지

좋지 않은 결정이었는지는 결말이 다가오면 알게 되겠지.


퇴사일지를 쓴 지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취업일지(?)를 쓰려고 하니 마음이 이상한데,

어찌 됐든 하루하루를 잘 기록해 봐야겠다.


여기서 일한 지는 2주 차인데

같이 일하던 근로학생이 그만두던 찰나

내 주접떠는 성격 때문인지 나를 좋게 봐줬다.

덕분에 편지도 받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선생님으로 봐주는구나.

짧지만 나에 대해서 좋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였다.


개강을 앞두고 할 일이 정말 많고

처음 하는 직무이기에 서툴고 어렵지만

열심히 해보련다.

사실 나는 인정욕구도 높고 열정도 있어서

뭐든 빨리 잘 해내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압박감이 들어

필요시 약을 계속 먹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1년인데 뭐. 어쩌라고 마인드로 잘 버텨보련다.

햇병아리 선생님한테 편지 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