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중년 남성과 대화할 기회를 내 돈으로 구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하러 간 곳에서 스탭들과 점심을 먹다가 "발우공양을 가면 스님과의 사담이 포함되는 세트가 있는데 꼭 해보세요. 원장 스님이냐 총무 스님이냐에따라 가격이 좀 달라요.”는 권유에 예의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 남성과 대화를 하기 위해 돈을 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몸과 입이 따로 노는 대답을 했다. 나의 뇌여, 예의차리는 척을 할 땐 잠시 꺼두는 옵션 없을까요.
내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시던 행사 담당자분(내 또래 여성)은 “어머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정말...!”이라며 눈을 여러 번 깜빡이셨고, 나에게 발우공양을 권하신 분(이모뻘)은 비구니도 계시다고 항변했지만 늦었지 뭐.
정작 저 말을 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개인의 특성과 사회적 지위 같은 거 다 무시하고 납작하게 '중년 남성'이라고 뭉뚱그린 것에서 오는 쾌감이 있었다. 젊은 여자라면 다른 거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섹스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게 이런 식의 사고를 통해 가능한 건가봐. 중년 남성은 다른 거 안 봐도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아! 대상화라는 거 남자가 여자를 대상으로만 할 수 있는 젠더 초능력 같은 게 아니었네! 대상화가 제일 쉬웠어요!
여기서 '중년 남성'이라는 표현이 욕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누구 때문일까요? 일단 저 때문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