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다래 Oct 21. 2021

청소, 언제 끝나죠?

오늘의 청소 - 바닥만 쓸어야겠다.

 점심 먹을 시간인데, 모르겠다 하고 바닥을 쓴다. 유부와 살게 된 후로 바닥 쓸기는 빠지지 않는 하루 일과 중 하나. 수요일 아침마다 하는 독서모임을 하느라 바닥에 앉아 ZOOM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지에 유부 털이 잔뜩이다. 신경 쓰지 않고 털어낸 뒤 허기진 배를 채워도 되겠지만... 바닥에 흩어진 유부 털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순간, 무얼 해도 청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맘 편하게 청소하고 밥 먹자.


 뭐 열심히 청소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 바지를 털면서 소파에 붙은 털들도 좀 털고 TV 선반도 손으로 쓱 밀어 먼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손으로 슥슥 여기저기 닦아내다 보니 화분 속 잎사귀 위에도 먼지가 가득. 이미 손은 더러워졌으니 마찬가지로 슥슥 먼지를 떨어뜨린다. 더러워진 손을 닦아야겠다 생각하고 화장실에서 비누질을 한다. 세면대에 보이는 얼룩들. 뭐 손에 비누 좀 묻었겠다 수세미로 세면대 한번 닦아야겠다 싶어 수세미에 물을 묻혀 세면대를 한번 닦아주고 샤워기로 씻어낸다. 손을 닦으려는데 수건이 없네. 다 빨래통에 들어있는 모양이다. 수건도 한번 돌려야겠다.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만 분류해 세탁기를 돌린다. 수건을 널려면 지금 널어놓은 빨래를 개야겠군. 널어놓은 옷들을 걷어 침대 위로 옮기고 빨래 개기를 시작. 의식의 흐름대로 빨래를 개고 여기저기 옷장에 넣다 보니 여름옷이 옷장에 한가득이다. 날이 이렇게 추워졌는데- 왜 아직도 옷장엔 여름옷만 있는 거야. 가을 옷 정리함을 찾아 여름옷은 넣고 가을 옷은 꺼내려고 하는데... 바닥에서 정리하기 찝찝하다. 바닥에 유부 털이 많은데. 바닥 한번 쓸고 옷 정리마저 해야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빗자루를 손에 쥔다. 바닥을 청소하기까지 너무 많은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난 바닥을 쓴다.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유부 털과 머리카락과 각종 먼지와 각질들을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쓰레기봉투가 어느 정도 찬 게 보인다. 저녁에 내놓아야지 하고 봉투를 들어 꺼내놓으니 20리터짜리 봉투라 쓰레기통 안에 있었을 때 보다 봉투에 여유가 있다. 꾹 누르면 반쯤은 더 채울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어라? 쓰레기봉투를 채워서 내놔야겠는데?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버릴만한 것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오래된 병원 영수증, 찢어서 버려야 하는 서류들을 골라내고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 퍼프를 버리기로 결정. 책 띠지 같은 것들도 버리고 당첨되지 않은 로또용지,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찾아 봉투에 넣는다. 


 그렇게 찾은 물건들 중에는 버리자니 아깝고 팔기엔 애매한 물건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 하... 당근에 올려? 말아? 하다 적당히 찍어서 올리는 걸로 결정. 제 값 받고 팔 물건이 아니기에 필요하신 분이라면 검색해서 가져가시겠지 싶다. 대충 끝났나...? 싶어 슥슥 둘러보는데, 옷방에 쌓여있는 가을 옷 정리함. 아... 꺼내 만 놓고 정리는 안 했구나. 여름옷을 차곡차곡 개어 정리함에 넣으며 다시 입지 않을 옷은 뒤로 휘휘 던져놓는다. 의류 수거함에 가져다 버려야지. 옷을 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숫자는 줄질 않고 입을 옷은 마땅히 없다고 느껴지니... 문제로구나. 


 한바탕 정리를 끝내고 좀 쉬었다가 밥 먹어야겠다 싶어 소파에 앉으니 세탁이 끝났다는 멜로디가 울리고... 동공에 지진이 한바탕 지나간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나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던 유부도 덩달아 소파에 앉았다가 한 숨을 쉬는 나를 보며 눈치를 본다. 어휴- 난 그저 바닥 한번 쓸려고 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되었담. 


 청소 언제 끝나죠?

작가의 이전글 에어프라이어 없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