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가 끝이 없다는 그 말 뭔지 딱 알았어요.
지난 주말 친정에 다녀와 집 청소를 하지 못했다. 아침저녁 밀대로 거실과 방을 밀고 털을 모아 쓰레기통에 넣고 있긴 하지만 사실 소파 위에도 침대에도 책상 위에도 유부의 털은 가득하다. 못 본 척하고 눈에 뜨이면 손으로 스윽 밀어내 바닥에 떨굴 뿐 유부의 하얗고 긴 털은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곳에 있다. 유부의 털 청소에 나는, 어디까지, 손을 댈 것이냐, 의 문제일 뿐.
기존의 청소
밀대에 극세사 걸레를 끼우고 이 방 저 방을 돌며 슬슬 바닥을 밀기 시작한다. 이 정도의 청소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 한 번씩 하긴 하지만 오늘은 제대로, 방 곳곳을 돌며 소파 밑이나 침대 밑까지 밀대가 닿지 않는 구석이 없도록 구석구석을 밀어주는 게 포인트다. 방 하나와 거실을 청소하고 나니 밀대 앞에 유부 털이 수북하다. 손으로 대충 정리해 쓰레기통에 넣고 다시 침대방으로 향한다. 바닥에 놓인 선풍기를 피해 요리조리 밀대로 바닥을 밀고 바짝 엎드려 침대 밑까지 요령껏 집어넣어 본다. 밀대를 옆으로 눕혀 바닥을 스윽 밀어내면 먼지가 데구루루 구른다. 청소하는 요령이 생기기 전엔 그저 침대 밑에 밀대를 집어넣고 이리저리 밀기만 했었는데, 밀대로 바닥이 밀리며 먼지 공이 만들어지는 걸 본 뒤로는 한 방향으로 먼지를 밀어내며 청소한다.
극세사 걸레로 하는 청소는 슬슬 밀기만 하면 되니 청소를 하는 동안엔 너무 편한데 걸레를 매번 빨아 널어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반 걸레처럼 비누로 슥슥 칠한 뒤 조물조물 문지르고 헹구면 좋을 텐데 걸레에 쏙쏙 박혀있는 강아지 털이 빨래가 끝난 순간에도 나를 괴롭힌다. 손에 달라붙고 걸레에 달라붙고 헹궈내고 털어내도 좀처럼 잘 털어지지 않는 강아지 털.
바닥청소도 바닥청소지만 문제는 침대와 소파, 옷, 커튼과 같은 페브릭류. 겨울엔 카펫을 깔고 소파엔 여차하면 덮을 수 있는 이불을 두고 지내는 편이라 이 위에 쌓인 유부 털은 돌돌이로 아무리 찍어도 한계가 있고 한번 청소할 때마다 스티커를 써대는 내 모습에 기함을 하고 말았다. 덜 쓰고 아껴 쓰기로 다짐했건만 그 다짐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이야... 유부와 함께 지내기 위해선 청소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청소도구 영접
검색을 거듭하여 강아지 털 청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청소도구를 구입했다. 하나는 실리콘 빗자루. 바닥과 닿는 면이 욕실 물기 제거하는 실리콘 물기 제거 밀대와 비슷하게 생겼다. (뭐 더 디테일한 형태로 되어있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걸로 청소가 될까? 자고로 빗자루라 함은 여러 가닥의 싸리들이 단단히 묶여 바닥의 먼지들을 모아주는 것이 아니었나- 싶지만, 응. 아니다. 실리콘 빗자루 짱짱맨이다. 바닥과 닿는 실리콘면이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 강아지 털, 온갖 먼지들을 쓱 한 곳으로 모아준다. 또 허리를 굽혀 청소를 하는 게 아니라 평소 청소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붙박이장 하단 등도 한 번씩 쓸면 먼지가 후드득. 과연 신세계로소이다.
실리콘 빗자루의 단점은 소파 밑이나 침대 밑과 같은 좁고 낮은 장소는 먼지를 모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빗자루는 힘을 주어 위에서 아래로 밀어줘야 먼지가 쓸리는데, 이 빗자루는 눕혀 쓸어도 속시원히 쓸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장만한 점착식 부직포 청소포.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이런 일회용품은 가능한 구매를 자제하려 하였는데, 극세사 걸레를 매번 빨아야 하는 '정성'과 '수고'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 구입하였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선 걸레를 빨아 사용하겠지만 갑자기 손님이 온다던지 하는 경우엔 재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사용후기? 역시 편하다. (천국)
빗자루에 이은 나의 최애 청소 아이템은 반영구 돌돌이. 스티커형 돌돌이가 며칠 만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리필 용지를 반복 구매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구매한 아이템이다. 소파와 침대를 청소할 때 강아지 털을 확인하고 스윽스윽 위아래로 밀어주면 뒤쪽 공간에 강아지 털이 쌓이는 형태. 이걸로 한번 청소한 뒤 스티커 돌돌이로 한번 더 밀어주면 완벽하다. 스티커 돌돌이는 언젠가 시댁에 갔을 때 시댁에서 사용하던 돌돌이가 접착력이나 스티커 형태가 마음에 들었는데, 시어머님께서 일부러 그 돌돌이를 구매해서 선물해주셨다. 절취선이 일자로 되어있지 않고 몸통을 따라 사선으로 말려있는 형태로 되어있어서 얇고 스티커를 잘못 뗄 염려도 극히 적다. 점착력이 우수한 건 덤.
강아지 털 청소는 이 도구들을 이용해 모든 방을 청소한다. 유부가 잘 들어가지 않는 옷방은 청소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곳 역시 유부 털이 가득. 일상생활 중 옷에 묻은 강아지 털이 옷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자연스레 후드득 떨어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선반 위에도 책장 위에도 화분 위에도 강아지 털은 쌓인다. 저 작은 몸뚱이에 털이 이렇게 후드득 떨어지다니, 내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두 생물이 만났으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니 덕분에 내가 한 뼘 더 부지런해졌다. 고오맙다 유부야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