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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Oct 28. 2021

유부와 첫 캠핑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몇 년 전부터 열심히 캠핑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숙박이 어려워 가능한 봄, 가을에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하는 중. 인근에 좋다는 캠핑장은 거의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나는지라 게으른 우리가 예약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번엔 호군이 한 달 후의 휴가 날짜를 점지해 줘 어찌어찌 애견 동반이 가능한 캠핑장을 예약했다. 대부분 소형견 동반이 가능한 캠핑장이라 아직 10kg 미만인 유부는 데려갈 수 있다지만 유부가 후울쩍 큰 다음엔 어쩌나 싶긴 하다. 


 날씨 앱을 확인하니 캠핑 2박째 밤에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일주일 전까지는 100% 환불을 받을 수 있다지만 다음 캠핑 날짜를 기약할 수 없어 그냥 고- 하기로는 했는데 심란하긴 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메뉴를 짜고 장을 보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출발 당일, 차에 캠핑용품을 가득 싣고 유부를 무릎에 앉혔다. 유부의 자리는 차 뒷좌석인데 이미 짐이 가득인지라 지금 상황에서 유부가 앉을 데라곤 내 무릎밖에 없다. 앞으로 캠핑을 열심히 다니려면 유부 자리를 어떻게든 확보하는 게 관건이겠구나. 


 캠핑장에 도착해 뚝딱뚝딱 텐트를 치고 끙끙대며 타프를 올렸다. 요 타프는 방수 스프레이를 뿌렸다고는 하나 사실 이슬이나 가는 빗줄기 정도를 커버하는 정도일 텐데-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 이것저것 꺼내고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유부까지 난리. 유부는 낯선 환경에 연신 코를 벌름거리고 뛰쳐나가려고 해 캠핑장 앞 난간에 줄을 묶어버렸다. 어느 정도 세팅을 마치고 유부와 동네 한 바퀴. 우리 유부 좋아할 만한 냄새들이 있는지 좀 맡아볼까...?


 캠핑장 주변으로 산이 있는데 산책할 수 있게끔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그쪽으로 한 바퀴를 슬슬 돌아 갔다. 그런데 아래쪽에서 개 짖는 소리. 뭐지? 하고 보니 캠핑장에서 키우는 개들인지 4-5마리가 묶여있다. 애들도 다가가 같이 노는 걸 보니 성격도 좋은 모양. 우리 유부랑 가서 인사해도 좋겠다- 싶었지만, 우선은 산책 코스를 한 바퀴 다 도는데 집중. 유부를 풀어놓을 순 없지만 주변 환경이 좋아서 산책하는 것도 낯선 냄새를 맡게 하는 것도 너무 좋았던 캠핑장. 


 ... 이렇게 즐거웠습니다. 했으면 좋았겠지만, 일은 벌어지고 말았으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유부를 데리고 낮에 본 개들 집으로 놀러 갔는데 그곳 개들이 미친 듯이 유부를 보고 짖기 시작하는 것. 엇? 유부를 경계하는구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묶여있던 개들 중 한 마리가 흥분하여 쇠 목줄을 끊고 달려왔다. 호군도 없는 상황이라 당황한 유부를 미친 듯이 들쳐 안고 서있었더니 다행히? 다가온 개는 유부를 보고 좀 짖다가 말았으나... 목줄이 끊어진 이 아이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 인간 친화적인 개인지라 사람을 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밤중에 다른 텐트로 쳐들어가는 것도 산으로 튀는 것도 절대 불가하다.


 끙끙거리며 캠장님께 전화드리고 주머니에 있는 간식으로 아이를 유혹. 다행히 쏜살같이 달려와주신 캠장님 덕분에 사건은 재빨리 마무리되었지만 정말 눈물 쏙 빠지게 식겁한 사건이었다. 무리 진 개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밤 산책도, 묶여있는 개들이라고 안심해도 안된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한 사건. 가슴을 쓸어내리고 우리 텐트로 돌아가려는데 빗방울이 톡- 하고 떨어진다. 어어? 비 오냐?????? 으아아아악-


 우다다다 달려가 호군에게 빗방울이 떨어졌음을 알리고 텐트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를 맞아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텐트 안으로 대피시키고 쓰레기도 정리해 안쪽으로 이동. 떨어지는 빗소리는 운치 있을 법도 한데 지금은 운치를 느낄만한 타이밍이 아니다. 비가 그렇게 많이는 내리는 것 같지 않아 우선 자자- 하고 누웠는데 새벽이 되어 천둥번개가... 폭우가... 이게 무슨 일이죠? 천둥번개 소리를 처음 듣는 유부는 살려달라는 듯 낑낑거리기 시작하고 털썩- 하고 떨어지는 소리. 호군의 당황한 눈빛. 타프가 쓰러지는 소리라고. 하하하하.


 ... 제가 다음에 또 캠핑 갈 사람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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