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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Sep 02. 2020

무거운 책, 시원하게 비우기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어느 정도 책 분류는 되었고,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책을 처분하는 일만 남았다. 처음엔 빨리 처분할 생각에 중고서점에서 매입한다고 하면 '아이쿠 감사합니다'하고 , 모두 다 갖다 줄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내가 소중히 여긴 책들이 너무 저평가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책 비우길 원하는 분들은 아래의 순서를 참고하면, 어느 정도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빠른 비움을 원하는 분들은 시도하지 못할 방법이긴 하나, 이런 방법도 있구나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친구에게 선물

 책의 표지만 찍어서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보냈다. 처분 예정이니 혹시 갖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말하라고. 가격은 2000원이라고 했다. 무료라고 하면 책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라 이것저것 다 달라고 할 수 있어 미리 가격을 말했더니 평균 두세 권정도를 골랐다. 두세 권이면 친구를 만날 때 들고 갈 만한 무게. 실제 친구를 만났을 때, 돈을 받진 않았다. 나중에 커피 한잔 사줘- 로 마음의 빚을 주었다.


 중고서점 '회원 간' 판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서적류는 중고서점 일반 판매로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책을 얼마에 파는지 검색하고, 최저가로 올렸음에도 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판매가 되었을 경우, 판매된 금액의 10%는 수수료로 서점에서 정산하고 나머지 금액만 예치금으로 돌려준다. 나의 경우 중고서점에 직접 판매하면 천원남짓도 못한 금액이라 속이 쓰렸는데, 회원 간 판매로 돌려 판매하니 만원 넘는 금액을 받고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런 책들은 오늘 올린다고 내일 판매되는 것도 아니고, 내 전공책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밑줄을 긋거나 훼손된 책, 부록으로 딸린 CD 등이 없는 책이라면 책을 판매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반품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한다) 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분야 사람들이 찾는 스테디셀러 중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깨끗한 책은 이런 방법을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당근 마켓 낱권 판매

 당근 마켓에서 낱권으로 판매할 때 잘 팔리는 책들이 있다. 

 대표적인 건, 취미 분야의 실용서들. 이런 류는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제목을 검색해 찾기 때문에 곧잘 판매되는 편이다. 캘리그래피나 베이킹 도서, 커피, 식물 등. 

 또 다른 부류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지만 두 번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이다. 여행서나 에세이 등. 이런 책들을 판매하는 글쓰기를 할 때, 가능한 최대한 이 책의 장점에 대해 알려줬다. 이 글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들이고, 이 글을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읽고 난 뒤 난 어땠는지 짧은 감상으로 마무리.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무심결에 눌러본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들에 대해 최대한 정보를 주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소개한 책들은 거의 바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어려움이 있다면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까지 책을 소개하는데 과연 이 시간을 여기에 쏟는 게 옳은가 하는 현타랄까... 그러나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 고물상으로 팔려나갈 생각을 하면 하지 못할 노력도 아니다. 


 당근 마켓 균일가 판매

 한 권 한 권 책 소개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재미있게 읽어서 진심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엔 그렇게 마음을 담고, 빠른 처분을 원하는 책들은 제목만 주르륵 찍어 권당 이천 원에 올렸다. 물론 중고서점에 판매할 때 그 이상이 되는 책들은 제외하고, 중고서점에서 구매하지 않는 책들 위주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여러 권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할인 혜택을 증정. 


 중고서점에 팔기

 중고서점에서 그나마 고가에 매입하는 책들, 당근에서 판매 시도하였으나 판매되지 않는 책들이나, 중고서점에서 균일가라도 구매하겠다고 하는 책들은 중고서점으로 갔다. 중고서점도 온라인 판매와 직접 방문 판매가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20권이 넘는다면 온라인 판매를 추천하는 편이다. 

 직접 방문을 하는 경우 직원이 한 권 한 권을 모두 검수하며 책에 낙서가 있거나, 바랜 자국들이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줘 매입하지 못하는 책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은 반품 비용이 더드니, 폐기에 체크) 그러나 직원분들이 생각보다 꼼꼼하게!! 검수해 나의 의견과 충돌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책도 판매하지 못했는데 그 무거운 책을 다시 들고 올라올 때 내가 다시는 매장에 가나 봐라... ㅂㄷㅂㄷ... 한 경험이 있어, 다음부턴 내가 책을 검수하고 20권씩 모아서 보낸다. 책을 검수할 땐 선물 받은 책인지! (앞에 메모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 책갈피 사이 개인적인 물건은 없는지! 영수증이나 사진 등이 끼어있는지! 스스로 잘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고물상에 팔기

 이렇게 저렇게 다 판매하였는데도 남는 책들은 어쩔 수 없다. 고물상에 가져다주는 수밖에. 요즘엔 온라인 고물상이 있어 온라인 사이트나 카페 등에 신청하면 직접 방문 수거하는 분들도 계셔 참 편해졌다. 이렇게 판매하는 경우 판매하는 수량이 일정 무게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한 열 권 모아놓고 수거해주세요- 하면 기름값도 안 나오는 현실. 내가 알아본 카페의 경우 책은 kg 당 30원이었다. (서울, 경기에 한함, 다른 지역은 무료 수거만) 내가 20kg를 판매한다고 할 경우 받을 돈은 600원. 이런 경우 헌 옷이나 폐가전과 같이 처분하는 편이 낫다. 물론 근처 고물상에서 폐지나 책을 매입한다고 하면 가져다 드리는 것도 방법. 

 난 직접 방문하면 kg 당 50원이라고 해(... 하 소박하다 그 금액) 이것저것 가지고 방문해 봤는데, 오고 가는 기름값을 제외하니 1000원 남았다. 현타... 물건을 비운다는데 의미를 두자. 돈은 그 다음 문제다. 생각하고 정신승리.




 이 방법으로 책비우기는 이사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난 매일 열심히 읽고, 읽은 책은 비울지 가지고 있을지 결정하여 이 과정 중 하나를 반복한다. 중고서점에 가격을 확인하거나 당근에 책을 소개하거나 하며 비워낼 책은 한 곳에 차곡히 모아둔다. 그렇게 반 이상을 비웠고, 100권만 남기기 위해 매일매일 책장을 무섭게 노려보는 중. 나에게 기쁨을 준 책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비우고 남은 100권을 애지중지하며 지내야지.

 책장을 채우는 기쁨 대신 가진 책을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기쁨으로 지내야지.

 내가 기쁘게 책을 대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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