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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Sep 03. 2020

도시공사와 계약했다.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월요일 오전에 동사무소에 있는 팩스로 서류를 보내고, 누락된 서류가 있다며 연락이 와 추가 서류를 그날 오후에 보냈다. 수요일에 부동산에서 법무사에 전화를 걸어 서류가 통과된 걸 확인, 언제 계약하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목요일에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계약 얘기 들은 거 없냐고 물으시는 부동산 사장님. 


"아직 없는데요-"

 말씀드리니 왜 연락이 없느냐며 법무사가 사장님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한탄하신다. 그러며 계약금 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법무사가 늦을 경우 그냥 우리끼리 계약을 하면 안 되냐고.(당연히 안되죠...) 경기도에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주인집에서는 왜 계약이 늦어지냐며 재촉하고 있다고. (계약하기로 하고 가계약금도 드렸잖아요....) 그러며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 당장 계약을 하자 하신다. 하… 나 진짜 이 부동산이랑, 이 집이랑 계약하는 게 맞나? 


 "그럼 이중계약이 되는 거 아닌가요?"

 여쭤보니, 경기도시공사와 하는 계약은 그냥 하면 되는 계약이니까 미리 해도 상관없다는 말씀.(그런 게 어디 있지?) 왜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해야 하지? 싶으면서도, 주인분께 급전이 필요한 사정이 있나다 하고 돌려 생각하곤, 저도 전화 한번 해볼게요, 하고 우선 전화를 끊었다. 


 '법무사가 전화를 피한다고?' 

정말인가 싶어 우선 호군에게 상황을 알리고 법무사에 전화해 보라고 요청. 법무사와 한바탕 하고 난 뒤에 법무사와의 통화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나는 경기도시공사에 전화를 해 상황을 확인하니, 경기도시공사에서는 본인들도 알 수 없다는 말뿐. 법무사가 처리하고 있으니 본인들도 법무사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계약을 빨리하라고 재촉한 건 경기도시공사인데, 정작 계약할 시기가 되니 그쪽이 제일 한가하다. 경기도시공사는 답이 없구나 싶어 법무사와 통화한 호군의 연락을 기다리니 잠시 후 카톡이 온다. 


‘이 시키들 내 전화를 안 받는데?’ 

정말?? 전화를 피하는 건가?? 부동산 사장님 전화도 안 받는다 하고, 호군 전화도 안 받는 거면 진짜 전화를 피하는 게 맞나? 전화번호를 물어보니 법무법인 직통 전화번호다. 우리에게 온 안내문에 있는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다시 전화해 보라고 요청했다. 이 전화는 골라 받기 어려울 것 같아서. 잠시 후, 호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통화가 되었고, 계약담당자 연락처를 알려달라 하였는데, 그건 알려주기 어렵다며 내일 언제쯤 계약이 진행될지 확인해서 호군에게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호군에게 연락이 왔다. 법무사 쪽에서 연락이 왔고,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중 계약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벌써 금요일인데 언제 전화해서 언제 사람들 시간을 맞추려고 금요일 오전까지 연락이 없나 그 여유로움에 가슴을 쳤다. 법무사와 통화도 되었겠다 마음 편히 있다가 오후 4시쯤? 부동산에 연락을 해봤다. 이쯤이면 전화를 주실 것도 같은데 연락이 없으셔서 궁금해 전화해 봤다고 하니 사장님은 어리둥절. 법무사에게 연락받은 내용이 없으시단다. 벌써 금요일 4신데? 난 여차하면 내일 계약을 하러 끌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태까지 연락을 안 하시면 어떻게 해.;; 답답한 마음에 다시 호군에게 연락. 호군도 황당해하며 다시 연락해 보겠다고 한다.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엔 계약 담당자의 연락처까지 받았다며, 직접 전화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한다. 6시쯤 되었을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법무사에게 전화가 왔다고. 월요일 오전이나 오후 언제든 괜찮으냐고. 오전이든 오후든 상관없다 말씀드리니, 월요일에 계약 진행을 하는 거면 굳이 토요일에 안 봐도 되겠다 하신다. 아니... 원래 계약은 한 번만 하는 게 맞는 거죠. 




 나는 월요일 오후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라 계약은 호군 혼자 갔다. 경기도시공사에서 요청한 서류를 바리바리 싸서 호군 편에 들러 보내고 난 계약금을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서 OTP 카드를 발급받았다. 1회에 1억, 하루 최대 5억까지 송금할 수 있다. 호군이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입금하면 좋겠지만 인터넷 뱅킹 젬병인 호군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어 호군이  대부분의 계약을 진행하되 계약금은 내가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 일을 하는 틈틈이 호군과 연락을 확인하고 계약금과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보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지원을 한다. 앗싸 하고 좋아했건만, 전액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경기도에서 빌려주는 금액의 0.3%를 지원하는 것. 법무사는 호군에게 통상 30만 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전액인 줄 알고 있었던 호군이 여러 번 다시 확인해보라고 시키니 342,000원이라며 정정해주었다. 결국 부동산 사장님만 중간에서 30만 원 결제했다가 취소하고, 나머지 금액 결제했다가 취소하고…  하… 이 법무사들, 사기꾼인가? 처음 통화할 땐 나보고 8000만 원 대출 가능하다고 윽박지르질 않나, 중개 수수료는 통상 3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고 뻥을 치질 않나… 여러 번 묻지 않는 사람들에겐 30만 원만 지원하시는 건가요? 좋게 좋게 말하고 웃으면서 넘어가니 사람을 호구로 보는 게 분명하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모든 행정기관에서 서류 누락과 연락 누락이라는 실수는 하지 않을 터이고, 많은 법무사가 이렇게 무례하거나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부동산에서 도시공사 대출을 받지 말고 일반 대출을 받으라며 유도하거나 미리 계약하면 안 되겠느냐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일반적'이진 않겠지.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를 한꺼번에 겪은 사람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무심함과 이기심으로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다시 그 사람들 만날 일이 있겠어? 생각하지만 2년 뒤, 도시공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이 멤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살짝 몸서리쳐지기도 하지만 그땐 이렇게 마음 졸이며 전전긍긍하지 않겠다는 (부질없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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