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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Nov 11. 2020

오늘의 청소

단순함을 지향하는 삶

 이사를 결심하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비워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련 영상과 책을 찾아보는 일. 넷플릭스 검색창에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비슷한 제목의 콘텐츠들을 클릭해 보고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도 같은 검색어를 넣고 무작정 책을 빌렸다. 몇 번 검색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들을 빠르게 접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급했고 빨리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구잡이로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의외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했고, 제목만 그럴싸할 뿐 내용은 부실한 이야기를 읽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덜 실패할 것이라는 기대가 차올랐다. 




 내가 읽고 본 대부분의 미니멀리스트는 물건 몇 가지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매트리스도 없는 텅 빈 방에 이불 한 채만 놓고 대부분의 생활을 하고, 손님이 오면 침낭을 내어주는 삶. 너무 심하지 않아?라고 생각될 만큼, 미니멀리스트들은 소파를 버리고 티비장을 비우며 텅 빈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초반엔 그래, 없으려면 이렇게 확 다 없애버려야지 싶어 집안의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버렸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새로 사야 하는 가구 리스트를 적으며 심한 죄책감에 빠졌다. 없어도 살 수 있는데 왜 난 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왜 더 비울 수 없는 거지? 굳이 사야 할까? 안사고 지내면 안 될까? 묻는 내게 호군은 '정신 차려라' 충고해줬다. 


 결국 난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아일랜드 테이블을 당근 마켓 중고거래로 구입하였다. 그리고 지금, 난 200%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도마 하나를 올려놓기에도 어려운 좁은 싱크대에서 몸을 틀어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도마를 놓고 마음껏 칼질을 한다. 이런 순간 난 예전 집에서는 느끼지 못한 해방감을 느낀다. 요리가 전보다 5% 정도는 즐거워진 기분. 요리 공간이 넓어져 호군도 기꺼이 요리를 즐긴다. 주말 주방은 호군의 차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진지하게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나도 손님이 왔을 때 침낭을 꺼내 주는 삶을 바라는가. 좁은 싱크대와 널찍한 아일랜드 테이블을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만족과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내가 남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와 행복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따뜻한 이불과 포근한 베개를 내어주고 싶고, 도마 위에 올려둔 양파가 떨어질까 불안해하지 않고 칼질을 하고 싶다. 비워서 느끼는 해방감보다 가지고 있으며 누리고 베푸는 만족과 행복이 더 크다. 그러나 내 삶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있고 싶진 않고, 좁은 공간이지만 널찍하게 사용하였으면 좋겠고, 곳곳이 정돈된 형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소비보다 나와 내 소중한 사람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단순한 삶이 내 중심이 되길 바란다.

 

 이런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건 '청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고 그중 내게 필요한 것과 남에게 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내가 가진 공간 안에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먼지를 털고 머리카락을 줍는 매일의 청소. 물론 난 무척 게으른 사람인지라 청소를 매일 하는 부지런쟁이는 되지 못한다.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 너무너무 피곤하고 어려운 날이 계속되면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 먼지 한번 스윽 닦는 수준의 가벼운 청소 일기라도 누군가와 공유한다면 내가 하는 일에 조금 더 힘을 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청소>라는 부제로 조금씩 저의 청소 일기를 써 볼 작정입니다. 저는 게으르지만 정돈하길 좋아하는 초보 청소러이기에 많은 청소 팁,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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