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다래 Nov 05. 2020

작은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혹시나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무작정 신청한 경기도시공사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이 승인되며 약 4개월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5년차 부부답게 우리집엔 예쁘고 쓸모없는 물건들이 넘쳤고, 시댁이며 친정에서 받은 물건들도 여기저기 숨겨져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의 거짓말로(...)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3평정도 작은 집을 계약한걸 계약한 날 알게 되어 멘붕에 빠졌지만, 덕분에 5년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찾아내어 팔고, 주고, 버리며 이사를 대비한 짐 줄이기를 시작하였다. 그 과정 중 정리수납사 온라인 과정을 들으며 내 수납 방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였고, '미니멀리스트'라는 삶의 방식도 배우게 되었다. 결국 몇가지의 우연이 거듭되며 내 삶은 좀 더 '미니멀'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작은 집으로 이사해서 가장 좋은건 '공간에 맞춰 물건의 규모를 계속해서 줄인다'는 것이다. 이사를 계획한 뒤 처음엔 쓰레기까지 들고갈 순 없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좀 더 쾌적한 삶을 위해 지속하고 있다.


 이사오며 줄인 물건 중 가장 파격적인(?) 물건은 전자렌지다. 못해도 이틀에 한번씩은 사용하던 물건인데 주방이 좁아서 가지고 있는 유사한 제품 군 중 무조건 하나를 줄여야 했다. 유사한 제품군은 에어프라이어, 전기오븐, 전자렌지. 사실 사용 빈도가 가장 낮은 제품은 전기오븐이다. 제빵을 목적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제빵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요즘 비움 1순위 물건. 하지만 언제든 빵을 굽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구울 수 있기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했다.(ㅠㅠ) 전자렌지를 주로 사용한건 냉동밥을 데우는 용도였던터라 밥은 소량만해서 그때그때 다 소비하는 걸로 습관을 바꿨다. 신기한 것은 없앴더니 또 없는 채로 살아진다는 것이다. 놀라울 따름.


 계속해서 줄이고자 노려보는 물건은 책과 옷, 그릇이다.  현재 남아있는 책은 읽어서 줄이려고 하는 중이라 독서량이 제법 늘었고, 옷은 꺼내놓고 몇주동안 손이 가질 않으면 과감히 처분한다. 주로 난 간절기에 헐렁한 맨투맨을 좋아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주로 입는 옷이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옷 정리가 제법 쉬워진 느낌. 그릇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릇이라기 보다 보관용기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가지고 있는 보관용기들 중 플라스틱 제품들이 있는 편인데 이건 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에 우선 지켜보고 있다. 김장철에 얻어오는 김치들 생각에 함부로 버릴 수 없다. 


 작은 집에 있으니 대부분의 물건이 한 눈에 보이고 그 물건들을 사용여부가 바로 파악이 된다. 물론 서랍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한번 열 때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매의 눈으로 찾아낸다. 하루에 하나 둘씩은 버리려고 노력 중. 아니 수납할 공간이 있으면 그냥 두면 되지 않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빈 공간이 주는 속 시원함이 있다. 물건으로 가득한 우리 집에서 가장 비어있는 공간은 화장실이다. 전엔 화장실도 작았고, 호군과 내가 사용하는 샴푸며 욕실용품이 달라 물건으로 가득했는데, 용품을 통일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과 청소용품을 정리하니 제법 화장실이 깔끔해졌다. 다른 공간들도 화장실처럼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하게된다.


 용도가 비슷한 물건은 줄이기 쉽다. 주방이 크지 않다보니 매일 사용하는 냄비는 정해져있다. 이사와서 매일같이 사용한 냄비가 있는가 하면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냄비도 있다.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까진 껴안고 있지만 대체할 수 있는 냄비가 있기 때문에 곧 이 냄비도 당근마켓에 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 냄비 하나만 없어도 같은 공간에 수납된 다른 물건들을 사용이 편하다는 생각에 빨리 처분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그래도 지금 당장 버리는 건 내 욕심인 것 같아 우선 두고 본다. 몇개월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땐 마음먹고 비워도 되겠지.


 작은 집으로 이사해서 불편한 점도 있다. 우선 베란다가 말도 못하게 작아졌다. 전보다 3평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 3평이 모두 베란다였구나 싶을 정도로 베란다가 작다. 전에는 빨래를 하는 것도 말리는 것도 말리고 방치하는 것도 모두 내 선택이었는데 지금은 집이 좁다보니 빨래를 하는 타이밍과 말리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빨래 건조대를 놓을 장소가 없어 거실에 빨래 건조대를 놓고 빨래를 말려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빨래를 하면 주말 내내 빨래더미 속에서 지내야 한다. 가장 널부러지고 싶은 주말에 빨래더미와 함께 거실을 쉐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약간 괴롭다. 그래서 빨래는 무조건 평일 아침 일찍, 빨래가 잘 마를 것 같은 날 하려고 하는 편.


 그리고... 아직은 물건이 많아 모든 방이 복잡하다. 그래서 버리고 줄이는 일을 쉬지 못한다. 가족이 집에 놀러오면 작은 방 하나를 내어주고 싶지만 방을 내어주기엔 물건이 너무 많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손님의 컨디션?에 따라 안방을 내어주거나 거실을 선택한다. 이런 상황들은 물건을 더 비우게끔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언젠가 이 방에 이불을 깔고 두 명이 편히 잘 수 있는 환경이 되길- 




 이렇게 결혼 5년차 부부의 이사 이야기는 마무리하려 한다. 이사를 하는 과정을 글로 기록하며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을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하니 '이사'라는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다. 이사에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때그때 두서없이 작성한 글이다 보니 전체 이야기의 목차를 훑어보면 동서남북 이야기가 어디로 튀는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이사하며 겪은 미처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생각나는대로 다시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지만.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지속할 생각이다. 미니멀을 지향하는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함께 바라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비움은 습관, 당근은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