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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Jan 11. 2021

나의 소중한 반려식물

오늘의 청소 - 식물 영양제

 전에 살던 집은 통창이 크-게 있어 볕이 너무 잘들었다. 그래서 창가에 식물을 하나 둘 놓기 시작해 창가를 화분으로 가득 채워버리고 말았더랬다. 화원에서 구입한 것도 있고 엄마에게 받은 것도 있고 물꽂이를 해서 늘린 화분도 제법있어, 크고 작은 화분들이 창가를 가득 메웠다. 초록의 기운이 집 안을 가득 채우면 숨이 쉬어지는 것 같고,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았다.




 이사온 집은 창이 있긴 하지만 전에 비해 작고, 화분을 늘어놓을 베란다도 마땅히 없다. 거실에 화분을 늘어놓을 목적으로 수납장을 늘리는 건 원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거실장에 TV를 대신하고 있는 모니터와 함께 화분을 올렸다. 정리가 되었나 싶었는데 모니터를 볼 때마다 거실장을 가득메운 화분이 함께 바라봐졌고, 좁은 공간을 빼곡히 채운 화분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안되겠다, 정리하자. 


 같이 지낸 것들 중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게 있으랴만, 이 식물들은 정말 오랜시간 나를 기다린 아이들이고, 기다림의 시간동안, 죽지 않고 견딘 아이들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8개월간 여행을 떠나기로 한 뒤, 가장 걱정이 되는건 이 식물들이었다. 도대체 누가 우리집에 와서 화분에 물을 줄 수 있을까. 한시간 정도 거리에 살고있는 가족에게 말을 해 놓긴 했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화분에 물주겠다고 찾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알기에. 


죽어가는 호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식물들은 말라 죽어가기 직전이었다. 나 좋자고 내 식물을 이렇게 방치했구나; 죽어가는 화분을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을 흠뻑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따뜻한 그늘로 자리를 옮기고 금이야 옥이야 분갈이를 해줘 살아난 내 소중한 식물들. 그 식물들이 조금씩 늘고 늘어가 우리집 거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식물들 중 웃자라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과감하게 줄기를 잘라 화분에 다시 심어주고, 새끼를 쳐 화분에 빈 공간이 없어 답답한 아이들은 새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뽑아 화분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식물들을 이리 저리 정리하고 난 뒤 사진을 찍어 당근에 올렸다. 화분값은 될까? 싶은 가격이지만, 내용은 하나였다. 사랑으로 키워주실 분! 찾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지금 우리집엔 4개의 화분만 남았다. 어느새 자라 무럭무럭 잎을 뻗어 지금 화분이 좁다고 몸부림칠 지 모르지만, 나를 기다려준 의리있는 녀석들에게 내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지내는 동안 아껴주겠다는 다짐으로. 구석에서 영양제를 찾아내 꼭지를 자르고 무심하게 툭툭 꽂았다. 겨울엔 물을 자주 주는게 어려우니 한번씩 영양제라도 꽂아줘야 이 아이들이 좀 더 힘을 낼 것이라는 기대로.


 오래 오래 함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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