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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Sep 14. 2021

너의 이름은

너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지.

  세상엔 수많은 강아지 이름이 있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생각했을 때 막연히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기준 하나가 있었다. 음식 이름으로 하자. 친숙하기도 하고 부르기 편하고 귀여우니까. 구름이나 복순이 같은 이름도 좋지만 좋아하는 음식 이름이 반려견의 이름이라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견권(?)따윈 모르겠고 순전히 내 즐거움을 위해 정한 기준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나 반려동물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많이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렇게 했을 경우 오래 산다는 미신? 이 있다고 한다. (맞나요?)


 만두나 순대 같은 이름은 어떨까. 오동통하고 복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김이 폴폴 나는 만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러다 이 아일 만났다. 하지만 바로 만두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 만두나 순대와 이 아이의 합이 맞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관상과 이름과 내 입에서 나온 발음의 유려함이 어우러져야 아이에게 딱 알맞은 이름을 찾을 수 있을 터. 


뭐가 좋을까? 우선 병원에는 두부라고 하고는 왔는데... 

두부...? 두부 맞니? 두부야~~ 두부야~~~~ 일루와 봐~

뭐라는 거죠...  저는 그냥 눕고 싶은데요...

 

 두부 아닌가? 그냥 만두나 순대가 낫나? 그러나 속이 꽉 찬 만두나 까맣고 통통한 순대를 떠올리며 아이를 바라보니 영 매칭이 되질 않는다. 이 아인 나름 날렵하고 꼬물 하다. 우선 하얀 개니까 흰둥이, 일본어로는 시로, 시로 부르기 어려우면 시루, 시루떡이 생각나는 이름이 고만. 그럴 거면 차라리 두부가 나은데. 어차피 병원에 두부라고 말도 했겠다. 두부 나쁘지 않다 두부 두부 두부 두부 두부... 두부라고 부르고 더 찰떡인 이름이 나타나면 바꾸자.


 우선 강아지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신고를 해야겠다.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싶어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카톡으로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다. 끼약- 곧장 걸려오는 전화.


- 뭐야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쩌고 저쩌고.


- 이름은 지었어?

- 응. 두부

- 아... 이름 왜 지었어!!!! 너 김춘수 그 시 몰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 큰일 났다. 그냥 두부는 너에게로 와서 꽃이 된 거야.

- 아, 그럼 어떻게 해. 이름도 없이 멍멍아 그래? 몰라.... 아!!

- 두부? 두부는 흰 강아지들이 많이 하지. 포메들 중에서 두부 많아.

  근데 얘는 귀랑 몸 보니까 나중에 누레지겠는데? 이름이 두부라고? 두부가 아니라 유분데??

  튀긴 두부. 유부.

- 유부!!!!!

 

 아이를 휙 바라보니 귀가 노란게 꼭 유부초밥처럼 보인다. 유부우우우!!!!! 어머 이름 나 마음에 들어!!! 유부 좋다!!!! 너의 이름이 채택이 되면 너에게 큰 사례를 하겠노라고 하고 전활 끊었다.



유부야... 하고 다정하게 불러봤다. 유부야... =)

귀를 쫑긋 세운다. 으악.

넌 오늘부터 유부인가봐.


유부.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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