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세요- 더 주세요-
마트에서 사 온 사료를 유부와 함께 가져온 밥그릇에 적당히 담아주었다. 눈을 깜빡하고 감았다 뜨니 밥이 사라져 있다. 아? 뭐지? 너무 적은가? 이 작은 몸뚱이는 도대체 밥을 얼마나 먹는가? 그럼 다시... 한번 더 그릇 가득 수북이 담아주었더니 유부의 눈은 반짝이고 사료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호군은 기겁을 한다. 괜히 찔린 난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이렇게 잘 먹는데- 낯선 데 와서 밥도 잘 못 먹은 거 같은데- 밥이라도 잘 줘야지!! 항변해보았지만 지고 말았다. 한번 줬으니 지금은 쉬고 적당한 사료량을 검색해 나머지는 저녁에 주라는 것. 강아지의 적당한 급여량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료 봉투에 나와있는 급여량을 확인했다. 1세 미만 퍼피들에게 급여하는 사료니까 나름 정확한 안내가 되어있겠지?... 는 개뿔. 몸무게에 따른 급여량이 나와있는데 초소형견(5kg 미만) / 소형견(10kg 미만) / 중형견(20kg 미만)으로 구분해 표기되어있다. 그러나 우리 유부는 지금은 5kg 미만이나 중형견(... 진짜?)으로 성장할 아이. 중형견 기준인가, 현재 몸무게 기준인가. 거의 100g 이상 차이 나는 급여량에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난감하다. 무슨 기준이라고 한마디 표기해 주는 게 그리 어려운가요. 나만 이해 못한 건가요.
'강아지 사료량'이라고 검색창에 써넣고 이리저리 블로그와 유튜브의 바다를 돌아다녔다. 어렸을 땐 주면 주는 대로 먹으니 양 조절이 필수라는 말이 적혀있다. 앗. 나네. 3-4개월 정도엔 몸무게의 5%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게 하루 분량인지 한 끼 분량인지를 모르겠다. 우선 유부는 4.5kg이니까 5%면 225g 이군. 저울을 꺼내 225g을 담아보았더니 밥그릇의 사이즈를 훌쩍 넘는다. 흐헥. 이렇게 많이 먹는다고? 맞겠지... 싶으면서도 너무 불안하다. 내가 너무 많이 주는 건 아닌가? 구매한 사료는 한봉에 500g씩 소포장되어있는데 이틀에 하나를 다 먹는다는 얘기다.
- 호군, 호군. 하루에 이 정도를 먹어야 한대. 봐봐.
- 히익;;; 얘 그렇게 먹고 완전 우량아 되는 거 아냐? 아니 그게 들어가??? 몸이 저렇게 쪼그만데???
- 그럼 밥을 200g 정도로 줄이고 간식을 조금 주는 방식으로 바꿀까? 지난번 사온 고기 말린 간식이나 집에 있는 과일이나 채소 같은 거.
- 강아지한테 과일 줘도 돼? 소화 못 시키는 거 아냐?
- 열매(친구 강아지)는 양배추 킬러였는데...
- 걘 나이를 많이 먹었잖아.
- 그렇긴 하지.
이리저리 아무리 검색해도 유부의 개월 수와 몸무게엔 200g 전후의 사료량이 적당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었다. 주의할 점은 한 번에 급여하지 말고 하루에 3-4회 나눠서 급여할 것. 강아지가 소화를 못 시키거나 씹는 걸 어려워하는 경우 물에 불려서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이 아인 불린 사료도 딱딱한 사료도 허겁지겁 들이킨다. 좀 씹어라- 씹어먹자-해도 진공청소기처럼 후욱 빨아 당긴다. 잘 먹네... 사료값 좀 들겠구먼. 사과를 하나 꺼내 새끼손톱만 한 사이즈로 잘게 잘랐다. 얼마를 줘야 하는지 몰라서 10조각 정도만 줬다. 나중에 이 소심한 급여량을 보고 친구들에게 어찌나 욕을 먹었는지...
그러나, 이런저런 검색 결과보다 더 정확한 지표가 있었으니... 바로 '응가'다. 적당한 양을 주면 응가가 무르지 않고 모양을 갖춰 똑 떨어진다고 한다. 오호. 너무 적으면 토끼똥처럼 동글동글 떨어지고 너무 많으면 무르거나 설사를 한다고. 그럼 우선 좀 많다시피 급여한 다음 조금씩 줄여갈 수 있겠다 싶다. 200g 이 많게만 느껴지지만 우선 그 정도의 양을 급여한 뒤 응가의 굳기를 보고 양 조절을 조금씩 하는 걸로.
조카 응가는 주울 수 없지만 내 너의 응가는 주워보겠다.
몰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