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야 여기가 니 똥 쌀 자리!
유부가 처음 온 날 배변패드를 사 와 집 안 구석구석 깔아놓았다. 짧은 시간에 휙휙 유튜브를 검색해 강아지 배변훈련 영상을 보니 배변패드를 여기저기 깔아놓고 거기서 배변을 하면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칭찬하라고 한다. 배변패드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배변패드 위에 올라가는 연습부터 하면 좋을 것 같아 배변 패드 위에 올라가면 간식을 주었다. 냉큼 곧잘 올라가는 유부. 오오옹- 혹시 너 천재 개 그런 거니? 오줌은 배변패드 위에서 쌀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응가는 배변패드 근처에서 하려고 한다. 대단하다!!! 하고 폭풍 칭찬.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되겠구나- 배변 훈련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잘 싸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오줌도 응가도 하지 않는다. 뭐지? 싶어 유부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1층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오줌을 싸는 유부. 집에서는 오줌도 똥도 싸지 않았는데! 밖에 나오자마자 오래 참았다는 듯 콸콸 쏟아진다. 몇 걸음 걷다 잔디를 발견하고는 뛰어가 똥도 신나게 누는 유부. 정말 참았던 거야? 왜????
산책은 오전과 오후 두 번. 호군이 출근하는 아침, 호군을 자동차로 지하철 역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동네 한 바퀴를 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호군의 퇴근 시간, 호군을 픽업하러 가기 전이다. 오전 산책은 호군을 바래다주고 난 뒤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나름 길게, 오후엔 10-20분 정도로 짧게 산책을 다녀온다. 그런데 유부 이 녀석이 집에서 볼일 보는 일을 멈추고 이 산책시간만 애가 타게 기다린다. 집에서도 싸고 밖에서도 싸면 좋으련만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볼일 보는 일을 딱 멈췄다. 그러다 호군의 퇴근이 늦어지면 유부의 산책시간도 늦어지며 유부가 오줌을 참는 시간이 길어진다.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일일까?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곧잘 배변 훈련을 했던 아이인데 왜 갑자기?
오줌을 참으면 어떻게 되지? 초보 집사는 다시 폭풍 검색. 오줌을 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광염이나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지내는 집을 내가 살고 있는 곳,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해버리면 실내에서는 어떤 배변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우리 집과 밖을 구분하는 유부가 기특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커졌다. 내가 데리고 나가는 횟수가 곧 유부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초반에 어떻게든 개선해야 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건 오직 검색뿐. 배변훈련 혹은 실내 배변과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고 나오는 다양한 방법들을 꼼꼼히 살폈다. 다양한 성공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실패 원인. 강아지가 실내 배변을 할 수 있도록 주인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데, 똥오줌을 참는 아이를 보고 불쌍한 마음에 결국 밖으로 나가고 만다는 것. 실내 배변 훈련을 하고 싶으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집에서 볼 일을 볼 때까지 집에만 머무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실내 배변만이 나도 살고(...) 유부도 살 수 있는 방법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