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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Dec 31. 2020

단기 기억 상실자를 위한 배경지식

넷플릭스 - 더 위쳐

 

 

 마법사나 마술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마법이 영화의 핵심 소재로 다뤄졌다고 생각한 건 <해리포터>. 마법학교에서 여러 가지 마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혹은 영원한 적과의 전투에서 그 힘을 사용한다. 하늘을 나는 빗자루라던지, 몸을 숨길 수 있는 투명망토 등 익숙한 마법의 소재들이 사용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해리포터> 속 마법은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하다못해 메이플스토리에 나오는 마법사들처럼 앞으로 나와 치고받고 싸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 중, 넷플릭스의 <더 위쳐>를 알게 되었다. 마법을 이용한 본격적인 전쟁이라니!! 전쟁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방어와 치유에 한정되었던 마법이 이제야 공격이라는 옷을 입은 것만 같은 느낌. 마법을 통한 아군의 보호와 상대의 공격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드라마를 만났다. 


 이 이야기를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나 같은 단기 기억 상실자라면 2019년 시즌 1이 공개된 상황에서 2021년 시즌 2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분명 열심히 보았건만! 시즌1에 등장했던 설정들은 까맣게 잊어버릴 터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한 중요한 배경이나 설정들을 미리 기록하고,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과거의 내용을 복기하는 일은 나에게 중요하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시즌 1을 감상하며 잊혔던 기억을 되살리는 게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겠지만. 





<위쳐>를 더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배경 지식 셋


하나. 이야기의 시점


 이야기는 모두 세 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드라마 타이틀롤을 거머쥔 위쳐 -리비아의 게롤트와 망한 신트라 왕족의 유일한 혈육 시리, 세계관 최강(?)급 마법사 벤더 버그의 예니퍼 이렇게 셋이 그 주인공이다. 시즌1을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롤트는 시리의 할머니나 엄마를 만나고 있는데, 시리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다. 어라? 이야기가 왜 이래? 하게 되지만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야 하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


 셋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이 셋의 이야기 시점은 전혀 다른 시대이기 때문. 소서리스(여자 마법사) 예니퍼의 이야기가 가장 오래전, 그다음이 게롤트, 현재 이야기가 시리다. 예니퍼의 나이가 (게임이나 소설에서) 90 대로 설정되어 있다 하고 게롤트의 나이는 50대(소설에서 / 게임은 100세라고) 정도라 하니 대략 인물 소개가 주가 되는 시즌1에서는 각자의 삶을 풀어내려면 나이에 따른 시점 차는 필요할 터. 소서리스나 위쳐는 마법과 약물, 실험을 통해 늙지 않는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주인공들이 3-40대로 보이는 건 적절한 설정일 듯하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인간사라면 놀랍지도 않고 산전수전 다 겪은 게롤트와 예니퍼지만 드라마 속 그런 그들에게도 아직 더 놀랄 일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


둘. 이야기의 배경


 태초에 엘프가 있었다. 엘프의 나라에 빙하기가 찾아오자 엘프들은 대이동을 결심하고 차원의 문을 열어 인간들이 살고 있는 대륙으로 온다. 그러나 그곳에서 엘프들은 다시 파가 둘로 나뉜다. 이동한 대륙에 남으려는 자들과 다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 첫 번째 무리는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내지만 다시 그곳에도 빙하기가 찾아오고 또 한 번의 대륙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차원 이동이 가능한 마법사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두 번째 무리는 힘을 모아 다른 세계로 한번 더 이동해 온다. 그곳은 이미 드워프와 노움 종족이 살고 있는 곳이었고, '천구의 결합'(평행우주가 충돌하며 차원을 넘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이 세계에는 온갖 이형적인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이 세계에 공존하게 된다.


 드라마 <위쳐>는 두 번째 무리의 엘프들이 다시 이동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이 공존하는 세계. 인간과 엘프, 드워프와 노움이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들가와 물가에는 온갖 다리 달린 몬스터와 이형의 괴물들이 인간을 공격하거나 인간의 자비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위쳐는 인위적인 돌연변이다. 세상의 몬스터들과 싸우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전자 조작과 실험으로 태어나, 전사로 훈련되어 사람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헌터로 활동한다. 그 과정에서 면역력은 높아지고 수명은 늘어나 보통의 인간보다 2-3배 오래 살 수 있다.


셋. 의외성의 법칙(Law of Surprise)


 이 세계에선 누군가 상대방에게 은혜를 입으면 은혜를 갚는 방법의 하나로 '의외성의 법칙'을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이 재물인지 사람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현재 알고 있지 못한 것 중 가지게 되는 가장 귀한 것을 줘야 한다는 것. 농부는 가을 수확에서 풍년을 거둘 경우 그 농작물을 주거나, 사람의 경우 임신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의외성의 법칙을 요구받으면 그 아이를 줘야 한다. 이 의외성의 법칙엔 마법의 힘과 운명의 끈이 발생하여 요구한 자와 법칙에 따른 선물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묶여버린다. 이렇게 운명의 끈으로 묶인 둘은 언제든 어떻게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사건에 엮이며 함께하게 되는 것. 그러나 이 의외성의 법칙을 어기고 돈으로 운명을 무효화시킨 왕들은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더 위쳐>에서는 이와 같은 강력한 설정 '의외성의 법칙' 이 힘을 발휘하며 여러 인물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위쳐라는 드라마의 매력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가장 몰입해서 본 캐릭터는 소서리스인 밴더버그의 예니퍼이다. 쿼터 엘프로 태어나 혈통의 부작용으로 꼽추라는 신체적 제약과 뒤틀린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 그로 인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멸시와 하대, 부모로부터 무시가 일상인 생활을 하다 티사이어(마법학교 교장)에게 돼지 반값만도 못한 가격에 팔려가고 만다. 가슴속 응어리나 상처가 커 자격지심으로 하는 말과 행동, 다혈질인 성격을 제어하지 못하는 편.


 가끔 지나친 욕망으로 멍청한 선택을 하거나 주변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말썽꾸러기이지만 게롤트와 만나며 조금씩 변화한다. 그리고 티사이어와 전투에 참가하며 자신을 옭아매던 속박을 벗어던지고 능력을 마음껏 분출하는 건 시즌1의 백미. 욕망에 사로잡혀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고 날뛰던 예니퍼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난 가장 즐거웠다. 


 이렇게 미친 매력을 가진 예니퍼에 비해 게롤트나 시리의 캐릭터는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느 히어로물처럼 게롤트는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이 대부분이고, 시리 역시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역할이나 시즌 1 내내 쫓기는 일이 대부분이라 다음 시즌에서 게롤트와 만난 시리가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키고 성장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


 2021년에 공개되는 더 위쳐 시즌2.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더 위쳐 / 2019 / N 시리즈 /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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