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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Jan 04. 2021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

오늘의 청소 - 다이어리

 2021년 새 날이 밝았다. 1월 1일부터 부지런히 새해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러에 체크표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SNS에 보인다. 부지런하네... 하고 생각만 할 뿐 난 도무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난 호군이 집에 있는 날은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어딜 가자, 뭘 먹자 정도의 계획이야 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쓴다던지 공부를 한다던지 하는 집중하는 일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집에 누군가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이렇게 떨어질 일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런 걸 어떡하나- 그래서 호군이 쉬는 날은 나도 쉬는 날. 그런 날은 밥이나 잘해 먹고 빨래나 돌리고 바닥이라도 닦으면 다행이다. 


 호군이 출근하고 비로소 조용한 공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지금, 새해 계획을 세워본다. 올해 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작년엔 아무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얼렁뚱땅 일 년이 지났다. 팬데믹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려 그저 어리바리 시간만 흘려보낸 느낌. 그렇다고는 해도 사실 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성경 완독도 했다. 생각보다 뭘 많이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내가 계획해서 진행한 일이라기보다 상황과 흐름에 휩쓸려 얼레벌레 시작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꾸준히 해서 그렇게 된 것뿐. 내 생각, 의도와 관계없는 결과라 올해는 목표를 세워보려고 한다.




 가장 큰 목표는 글로 돈을 벌자- 는 것. 책을 내겠다는 계획도 아니고 문학상에 투고를 하는 것도 아닌. 글로 돈을 버는 일은 대체 뭘까. 브런치에 글을 쓸 수도 있고, 상품 상세페이지를 올릴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 글쓰기를 할 수도 있고, 블로그 포스팅으로 광고 수익을 거둘 수도 있고. 뭐든 좋다. 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그래서 1년 후 1000만 원을 통장에 꽂는 것이 나의 목표.(와오-) 2022년 새해에 이 글을 꼭 다시 읽고 내 통장에 얼마나 꽂혀있는지 꼭 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리라-


 그러면서 부지런히 더 적게 가져야겠다. 사용하지 않는 집안의 물건들을 조금씩 비우고 줄이는 일을 쉬지 말아야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집 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줄이며 삶의 규모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범위의 것들로만 채워나가기. 당근과 더 친해지고, 의류보관함까지 멀어도 열심히 다녀와야지. 가진 책의 규모는 다시 지금의 반으로 줄이고 도서관을 다니며 읽고 싶었던 책들을 골라봐야지. 비우는 일은 많이 익숙해졌고 사지 않는 것 또한 어렵지 않으니 올 한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섣불리 운동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 작년 봄에 달리기를 꽤나 열심히 했었는데 여름이 되며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너무너무 더웠으니까. 실패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다시 달리기를 하겠다든지, 홈트를 시작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은 세우지 않으련다. 다만 건강을 위해서 물을 마시겠다(하루 1리터)와 일주일에 세 번 동네를 걷겠다 정도의 계획은 포함시켜 봐야지.


 그리고 마지막. 가장 지키기 힘든 목표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꼭 지키고 싶은 계획. 바로 일주일에 세 번 무지출 데이 만들기다. 하루 종일 가만히 집에 있으니 돈 한 푼도 안 쓰고 조용히 TV 나 보고 인터넷이나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온라인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나님이다. 커피가 떨어졌네- 하고 원두를 사고 대파가 떨어졌네 하고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사며 과자도 한 봉지 집어온다. 꼭 사야 할 타이밍에 구매하는 게 아니라 (똑떨어지기 바로 전 그 순간) 구매하지 않아도 일주일은 더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점에 지름신이 기가 막히게 찾아온다는 것. 그래서 신선한 원두를 바로 갈지 못하고 집에서 며칠 더 묵힌다던지, 고기를 사 와선 바로 먹지 않고 냉동실로 소분해 넣어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얼마 안 되니까 하루에 천 원씩 이천 원씩- 커피 한잔은 뭐 괜찮겠지 하고 삼천 원 사천 원씩 쓰는 돈이 제법 된다는 걸 확인하고서는 의도적으로 무지출 데이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쇼핑은 사고 싶은걸 적어뒀다가 몰아서 하루에- 지름신이 오신 순간 쇼핑을 하면 충동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사게 되지만 우선 고비를 넘기고 적어뒀다 몰아서 쇼핑을 하게 되면 이게 꼭 필요한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니 나쁘지 않은 계획인 듯.




 한 해의 계획을 세웠으니- 다이어리에 기록부터 하자, 싶어 수첩을 뒤적였다. 사용하지 않은 수첩도 사용하다 만 수첩도 집에 가득하다. 수첩도 다 가져 다 버리고 싶은데 새 걸 버리자니 아깝고, 쓰던 걸 버리는 것도 아깝다. 뒤쪽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페이지가 가득한데!!! 왜 나님은 이렇게 수첩의 앞부분만 쓰다 만 것인가요. 공부하겠다고 외국어 단어를 열심히 적어놓은 수첩도 있고, 언제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일기장도 있다. 외국어가 적힌 수첩은 살아남겠지만 일기장은 폐기하기로 한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부끄러움에 당장 찢어버리고 싶었으니까. 지금까지 펼쳐보지 않은 일기장이라면 앞으로 삼십 년 후에도 다시 보지 않겠지. 삼십 년 후엔 지금 이거, 브런치 읽으세요 나님. 그게 좀 덜 부끄러울 듯요. 


 올해 몇 개의 수첩을 사용하게 될까. 부디 아주 많은 수첩을 사용하길.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수첩 속에 적어 내려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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