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것인가...? 더 살 것인가?
멍멍이를 데리고 온 날, 집에 오기 전 마트에 들렀다. 차 안에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나는 아이와 함께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호군이 마트를 호다닥 다녀오기로. 집에 있는 밥을 먹일 순 없는 노릇이니 밥이 될 사료와 배변패드 정도만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호군. 마트에 제대로 된 제품이 없는 건가, 물건이 시원치 않아서 이것저것 검색하며 고르느라 오래 걸리나- 초조함에 시계만 바라보고 있을 때 두 손 한가득 물건을 들고 저만치서 호군이 나타났다. 뭘 그렇게 많이 샀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한다. 아직까진 아니지만 꾸준히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나누고 적게 사용하지만 풍족한 삶을 꿈꾼다. 아껴 쓰는 걸 좋아하고 덜 쓰는 걸 좋아하고 남김없이 쓰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에 쌓인 물건보다 마트에 쌓인 물건을 보며 흐뭇해하는 게 요즘의 나. 그런데 저 양 손 가득 물건들은 당췌 무엇이란 말이냐.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살폈다. 부피가 크긴 했지만 실제 산 건 별게 없다. 정말 정직하게 사료 한 포대와 배변패드 100개들이 한 세트. 그리고 강아지들이 좋아한다는 간식 한 통이 전부. 그 옆엔 조미김세트와 과자박스가 함께 들려있을 뿐.
- 왐마, 이게 다 뭐래?
- 이것저것 사고 결제를 하려니 2만 9 천 얼마였거든? 근데 계산대에서 아주머님이 3만 원 넘으면 김 준다고 하시잖아.
뿌듯한 표정으로 칭찬해달라는 듯 바라보는 호군. 어휴. 그 앞에 있었던 껌이나 한통 사지, 굳이 굳이 과자박스까지 들고 오셨어요- 잘하셨네요-
다음날, 이리저리 살피니 목줄이 작은 듯하다. 가장 마지막 칸 구멍에 고리가 걸려있는데 곧 작아질 것 같은 느낌. 그럼 근처 강아지용품샵에 들러 목줄을 하나 사고... 병원에 가면 되겠다, 싶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섰다.
멍멍이는 샵에 들어가 뭐가 그리 신기한지 계속 코를 박고 킁킁거린다. 그중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 역시 사료와 간식코너. 냄새가 나는 걸까? 먹고 싶은 걸까? 갸웃, 갸웃. 초보 견주인 나도 그 앞에서 갸웃갸웃. 어제 호군이 사 온 사료가 있으니 당분간 그걸 먹으면 되겠지만, 그 사료는 괜찮은 건가? 사료며 간식 종류가 너무너무 많구나. 감탄 감탄. 지금 내가 사료 볼 때는 아니지. 우선 사기로 한 목줄과 하네스부터 보자.
목줄은 왠지 아플 거 같으니까 가슴에 거는 하네스. 이것저것 다 좋아 보인다. 그럴듯한 하네스와 자동 끈 조절이 되는 리드 줄을 사고 싶은데 아이가 쑥쑥 자란다고 하니 망설여지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자동 리드 줄은 괜찮을까,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괜찮을까, 하네스는? 쑥쑥 자란다는데 소형이 맞는 건가? 좀 크더라도 중형으로 사야 하나? 그 앞에서 머리가 터지게 고민하며 신중하게 하나씩 고른다.
또 뭐가 필요하지...? 하며 둘러보니 배변봉투가 있다. 그래, 이게 필요하지. 산책 시 필요한 배변봉투를 한 묶음, 그리고 청결한 집을 위해 애완견 탈취제도 하나, 털이 숭숭 빠지는 아이를 위해 빗도 하나 구입한다. 샴푸? 목욕을 하려면 샴푸가 필요한데 지난번 친구가 놓고 간 애견 샴푸가 있으니 우선 그걸 쓰기로 하고... 장난감...? 그래, 집에서 심심할 테니까 장난감을 하나 사볼까. 와... 이 쇼핑에 과연 끝이라는 게 있는 걸까.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한다고 외치고 다니는 나란 사람이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잔뜩도 넣어놨다. 심지어 중국산 조잡한 장난감을 눌러보고 흔들어보며 멍멍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 이게 좋아? 아님 이거? 이것도 이것도 다 갖고 싶어? 다 사주까? 그르까?
지금 내가 고른 물건들이 꼭 필요한 물건들인지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함에도 내 마음은 우유 속 콘프레이크처럼 흐물흐물 녹아서 우유가 나인지 콘프레이크가 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 이거 다 필요해. 이거 없으면 어떻게 살아, 이거 꼭 필요해. 저 아이가 날 저렇게 쳐다보는데 내가 어떻게 안 사줄 수가 있어. 중국산이지만 오래 가지고 놀 수 있을 거야. 좋아하면 됐지, 뭘 더 바라지? 강아지 장난감 이 정도면 안 조잡해 괜찮아. 혼자서 100번 얘기하고 바구니 한가득 물건을 담는다. 그렇게 두 손 가득 물건을 싸들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고민에 빠진다.
안 산 거 없나? 이 정도면 충분한가?
... 그만하면 되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