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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Aug 04. 2021

옷장 서랍에 숨 쉴공간은
열었을때뿐

오늘의 청소 - 옷

 빨래를 개어 넣으려고 옷장 서랍을 열었는데 서랍은 이미 꽉 차 있다. 이불 빨래는 열심히 돌아가는 중이고 이미 갠 옷을 다시 건조대에 널어놓을 수도 없다. 아... 빨래하지 말걸... 후회가 밀려오지만 별 수 있나. 엎질러진 물인걸. 이 옷들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도대체 어디다... 쑤셔 넣을 수 있죠?




 매 계절마다 옷장 정리는 하고 있지만 매 계절 정리해도 옷장의 자리가 부족한 건 왜 때문인가. 분명 이사 오기 전에도 난 옷 정리를 한번 했고, 이사 오고 난 뒤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나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은 계속해서 헌 옷 수거함에 집어넣었다. 내 옷뿐 아니라 호군의 옷도 꾸준히 정리하고 있건만 옷장이 헐렁해지기는 커녕 계속 넘치는 상황이다. 옷장 안을 들여다보자.


 여름옷이 들어있는 내 서랍을 여니 옷이 한가득. 옷을 뒤적여 종류별로 구분해 보았다. 티셔츠, 남방, 원피스 모두 서랍 안으로 들어와 있다. 전엔 서랍에 티셔츠만 한가득이었는데 옷장을 비우며 빈 공간이 생기자 남방이나 원피스 같은 것들이 꾸역꾸역 옷장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또 호군이 안 입는 라지 사이즈의 옷을 입다 보니 그 옷들이 기존의 스몰 사이즈 옷들과 비교도 되지 않게 편해 호군의 옷들도 내 옷장에 자리를 차지했다. 남방이나 원피스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거나 호군의 옷은 다시 호군 옷장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다시 비운다. 일주일에 매일 하나씩만 갈아입어도 일곱 벌이면 충분한데 지금 내 옷장엔 스무 벌도 넘는 옷들로 꽉 차 있다. 다시 비워내자.


 옷장에 모셔져 있던 출근룩 가운데 너무 화려한 패턴의 셔츠나 블라우스는 골라냈다. 운동복이나 청바지와 어울릴만한 무난한 셔츠나 남방은 집안 행사나 외출 시에 입을 수 있을 것이다. 내 티셔츠 가운데 스몰 사이즈는 다시 골라냈다. 라지의 편함을 알아버린 지금 스몰의 갑갑함으로 돌아갈 수 없다. 스몰 사이즈 티셔츠는 조카에게 권해보고 조카도 입지 않는다고 할 경우 헌 옷 수거함으로 가자. 옷을 뒤적이고 있으려니 수선해야 할 옷들도 눈에 뜨인다. 좋아하는 바지인데 집에서는 잘 안 입게 되어 주머니 부분 실이 삭아서 터졌다. 내 어설픈 바느질로 옷을 망치느니 수선집에 얼른 가져다 드렸다. 잘 안 입어도 좋아하는 옷은 수선해서라도 꼭 가지고 있을 테다. 그리고 좋아하는 자리에 예쁘게 입고 나가야지.


 이렇게 저렇게 옷을 비워내고 빨래를 사이사이에 욱여넣는다. 도무지 이 서랍에 숨 쉴 공간이라곤 서랍을 열었을 때뿐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 버리는데 아직도 한가득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계속 골라내 보려고 하지만 손이 가질 않는다. 오늘 내 한계에 다다른 모양. 굳이 이 상황에서 더 골라내려고 하지 않고 과감히 옷장 서랍을 밀어... 끄응. 밀어 넣는다. 일주일 뒤 아니, 이 여름이 끝날 즈음 다시 보면 다시 눈에 보일 거야. 


 여름옷 왜 이렇게 많은 거죠? 나만 이런 건가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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