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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별 May 05. 2023

순례길 두 번째 이야기

프랑스 길의 시작은 생장에서

파리로 도착하는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40분 가까이 늦게 도착했다.


  내 계획은 06시 30분에 파리에 도착하여 시내로 이동한 뒤, 08시 30분에 바욘행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프랑스 길의 시작 지점인 생장까지 한 번에 가는 방법이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욘에서 하루를 묵은 뒤 생장으로 이동한다. 파리에서 바욘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총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바욘에 있는 비아리츠 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지만, 당시 항공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두 번째는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은 대다수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미리 일정을 계획하고 기차표를 예약할 수 있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 번째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파리에서 바욘까지 버스로 이동한다면 약 1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저렴한 반면 하루를 오로지 소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버스였다. 이미 모로코에서 13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 본 경험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항 도착 시간과 버스 출발 시간이 잘 맞아떨어졌으므로 나에게는 좋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계획대로 잘 된 것이 없었다. 8시 20분까지 플릭스 버스를 탑승하는 장소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세웠지만 모든 입국 수속을 하고 나오니 07시 10분이 넘었다. (물론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굉장히 빠르게 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다른 대중교토통으로는 버스 탑승 장소까지 시간 내에 갈 수 없었다. 나는 바로 볼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차를 불렀고 다행히 3~4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욘으로 가는 버스

  내가 만약 다시 바욘을 가야 한다면 버스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애초에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볼트를 이용했는데, 그 비용이 버스를 예매한 비용보다 높았다. 볼트 요금과 버스 요금을 합치니까 기차 요금보다 높았다. 이 부분은 예정에 없던 소비였으므로 제외한다 칯더라도 좁은 좌석에 앉아서 11시간 넘게 가는 것이 이제는 힘에 부쳤다. 중간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굳은 몸을 풀 기회가 있었지만, 장시간 버스를 타는 경험이 아니라 가성비를 위해 버스를 타기에는 희생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순례길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가는 기분이었다.


  바욘에서 1박을 한 뒤 데카트론에 들려서 순례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등산 스틱을 구매했다. 한국에서부터 스틱을 가져가는 것이 애매하여 현지에서 구매하기로 계획했다. 물병과 수건, 기타 트래킹 용품을 샀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스포츠타월 밖에 없던 것 같다. 참고로 바욘 데카트론은 1관과 2관이 나누어져 있는데, 등산용품은 2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보이는 곳은 1관이고, 그곳을 지나 뒤편으로 걸어가야 2관이 등장한다. 나는 이 사실을 미리 찾아보지 않았고, 1관에서 한참 동안 헤맸다. 그리고 직원에게 물어본 다음에야 2관으로 갈 수 있었다.


이곳이 1관이고 우측에 있는 골목으로 직진 해야한다.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등산 스틱

  다음날 아침 생장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이 기차는 좌석 배정 없이 탑승하는 순서대로 좌석을 잡아 앉도록 되어있었다. 기차는 14시 35분에 출발해서 1시간가량을 달려 생장에 도착했다. 기차에는 준비된 좌석보다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였고, 바닥에 앉아서 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례길을 위해 생장에서 내렸다. 순례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순례자 사무소에 방문해야 했고, 그곳에서 추천하는 알베르게에 묵는 것이 좋다고 했다. 좋은 알베르게는 선착순으로 마감되므로 얼른 순례자 사무소에 들러할 일을 마치고 남들보다 빠르게 알베르게로 향해야 했다. 


생장 역에서 내리면 보이는 모습
생장 골목

 처음에는 지도를 보지 않고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갔다. 내 걸음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다 보니 어느새 내 앞에는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길을 찾아보지 않았기에 그 사람을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우리 둘만 올바르지 못한 길로 가고 있었고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길로 향하고 있었다. 길을 다시 바로잡아 속도를 냈고, 누구보다 빨리 사무소에 도착했다.


  순례자 사무소 봉사자는 순례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첫째 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과 알베르게에서 조심해야 할 것, 그리고 생장에서 머물 숙소에 대한 추천이었다. 그녀는 55번 알베르게를 가장 먼저 가볼 것을 추천했다. 공립 알베르게이므로 예약이 다 찼을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이 괜찮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방문해서 묵을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을 발급받고, 까미노를 상징하는 조개껍데기를 구매한 뒤 55번 알베르게로 향했다. 그리고 다행히 나는 그곳에서 머물 수 있었다.


  곧바로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씻고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체크인을 마쳤다. 그때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된 한국인 몇 명과 얘기를 나누었고 함께 장을 보러 갔다. 식사를 한 뒤 프랑스 길 여정 중 가장 어렵다는 피레네 산맥 통과 구간(나폴레옹 길)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바스크 지역 전통 사과로 만든 Sidre
추천받은 화이트 와인


알베르게에서 보이는 뷰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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