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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별 May 04. 2023

순례길 여행기 첫 번째 이야기

우당탕탕 출국길

2022년 7월 9일 00시 50분, 나를 태운 파리행 비행기가 출발했다.


  내가 이용한 항공사는 에티오피아 항공이었다. 내 선택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데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에 비행기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파리로 가는 직항이 너무 비싸서 1회 경유 편을 이용하려고 생각했으나 이 역시도 200만 원에 근접하는 항공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은 큰 메리트가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 경유지에서의 혜택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대부분 새벽에 출발하여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를 경유해 목적지로 향한다. 문제는 아디스 아바바에서의 경유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내가 이용한 인천-파리 구간에서 발생한 경유시간은 17시간이었다. 그런 에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디스 아바바에서 8시간 이상 경유할 시 호텔 바우처를 무료로 제공하며,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한국인 가이드 무료 투어를 실시한다. 물론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은 복불복이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이야기하면 호텔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출발도 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탈 비행기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출발했기 때문에 하루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익산 IC에서 19시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예약했다. 이 버스가 마지막 버스였으므로 이 버스를 타지 못한다면 공항으로 가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이 문제로 비행기를 타지 못할 뻔 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19시에 오기로 한 버스가 오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는 버스이기 때문에 막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매한 티켓을 다시 확인해 보니 7월 8일 19시 버스가 아니라 7월 9일 19시 버스였다. 나는 내일 출발하는 티켓을 가지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당황한 마음을 억누르고 새로 예매를 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이미 버스 출발 시간인 19시가 지났기 때문에 새로운 예매가 불가능했다. 남은 방법은 기사님께 말씀드려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뿐이었다. 버스는 15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기사님께 내 사정을 설명드리니 탑승하게 해 주셨다. 알고 보니 이미 지난 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표는 자리가 남아있다면 받아줄 수 있단다.

두 번의 기내식

  시작부터 꼬였지만 그렇게 우당탕탕 출국길에 올랐다. 총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에티오피아 땅을 밟았다. 제공받은 호텔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분명 인터넷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읽어봤는데, 그 기억을 따라간 길에는 출구가 없었다. 'Transfer'냐, 'Arrival'이냐 둘 중 하나였다. 정답은 'Arrival'이었는데, 당연히 나는 경유하는 사람이었으므로 'Transfer'로 가는 실수를 범했다. 그곳에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새로운 출국장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몰랐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뒤쫓아 어디엔가 있다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찾아보고 생각해 봐도 버스를 탈 만한 곳은 없었다. 나는 다시 보안 검색대로 가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저기로 나가면 된다고 안내해 주었다. 입국 심사를 거쳐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기로 오면 안 됩니다

  호텔을 안내해 주는 데스크를 찾고 볼레 앰버서더 호텔을 배정받았다. 나름 평이 좋은 곳이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는 체크인 준비가 되지 않아서 조식을 먹으며 기다렸다. 열 시 반쯤 방을 배정받고 쉴 채비를 마쳤다. 문제는 한 시부터 시작될 가이드 투어였다. 계획대로라면 8시에서 9시 사이에 체크인을 마치고 조금 쉬다가 투어를 갈 예정이었는데, 체크인 시간이 너무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민하다가 호텔에서 쉬기로 결정했고, 오후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두 번째 아프리카 방문

  점심을 먹고 쉬다가 호텔 근처에 위치한 토모카 커피를 방문했다. 편안하게 앉아서 먹는 카페가 아니라 서서 가볍게 커피를 즐기고 가는 곳이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우산이 없던 나는 재킷에 달린 모자에 의지한 채 비를 뚫고 카페에 도착했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시켜 자리를 잡았다. 가격이 현지 단위로 90 비르였으니,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2200원 정도였다. 모두들 둘, 셋씩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간혹 이어폰을 착용한 채 혼자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완전한 이방인이었던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에스프레소의 맛을 음미했다. 커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맛은 쓰지 않고 고소하면서 침샘을 자극하는 맛이었다. 그렇다고 커피의 쓴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토모카 커피 인기 메뉴

  다시 호텔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22시에 있을 공항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공항으로 향하는 밴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했다. 그렇게 무사히 파리로 향할 수 있었다.

여기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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