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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Oct 17. 2018

고양이만 없는 집

루시가 떠나고 보름이 지났다.

우리집에는 지금 루시만 없다.


현관에는 루시 화장실이, 찬장에는 캔사료가, 싱크대 한켠엔 밥그릇과 물그릇이, 끝방에는 고양이 빗과 장난감들이 그대로 있다.


루시만 없다.


정리하자고 남편과 둘이 이야기는 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한 까닭이다.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인데 같이 있는 주말에는 다른 밀린 일들이 많다는 핑계로, 루시를 정리하는 일을 미루고 있다.


책장 한켠에 만든 루시의 새로운 거처.



루시가 없지만 매일 루시를 부르는 이도 있다.


나의 딸 아진이. 이제 21개월 된 우리 아가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동물도 고양이였고, 처음 흉내를 낸 동물도 고양이였다. 입이 트일 때부터 “야오 야오-” 하면서 루시를 불렀다. 그리고 이제는 더 정확해진 발음으로, 루시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루시를 찾는다.


“야옹”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이동장을 가리키면서.

“야옹?”

루시의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면서.

“야옹”

루시가 즐겨 앉던 러그를 만지작거리면서.


처음엔 그런 아가를 보는 게 너무 슬펐는데, 이제는 오히려 위안이 된다. “야옹”거리면서 루시가 졸던 창가를 가리킬 때면 “응. 루시가 자러 왔구나. 아가한테만 보이는구나” 하기도 한다. 계속 루시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가능한 오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옹이”를 그려달라고 하는 건 영 힘이 든다. 루시가 떠난 다음날부터, 아진이는 하루도 빠짐 없이 나에게 야옹이를 그려달라고 했다. 틈만 나면 색연필을 쥐고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야옹 야옹”하면서 나를 불렀다. 내가 야옹이를 그리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 전엔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친정 엄마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발개진 눈으로 그러셨다.

“고양이를 그리면, 고양이가 생겨난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


아가야. 네가 맞아. 루시 야옹이를 그릴 때마다 우리 마음에 루시가 자꾸 자꾸 생겨나는 걸 거야.



우리집엔 고양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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