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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Nov 07. 2018

밤은, 고양이를 타고 온다

매일 밤 나는 루시에게 기대어 잠들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루시를 떠올린다.



자박자박. 작은 발들이 침대를 밟는다. 이내 귓가에 조용한 숨이 느껴진다. 킁킁. 조그만 코가 내 뺨에 인사를 한다. 살며시 이불 귀퉁이를 들어올리면 루시가 머리를 들이민다. 왼쪽 앞발을 내밀었다 움츠렸다 하다가 쓰윽. 허리를 낮추며 이불 속에 쏙 들어온다. 내 옆구리에 자리를 잡고 몸을 동그랗게 만다. 손가락 사이에 보드라운 털이 느껴진다. 따뜻하다.



촉감은 저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모든 감각을 지금도 생생히 재생할 수 있다. 슬픔이 잠을 더 몰아내기도 하지만,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루시가 곁에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데워진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밤마다 기다리는 잠은, 고양이가 데려다줄 거라고. 옆에 누운 고양이의 골골거리는 울림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자장가라고. 나처럼 생각이 넘쳐서 잠 못 이루던 사람도, 낮에 올린 내 안의 스위치를 스스로 내릴 수 없어 자꾸 술에 의지하던 사람도, 고양이의 온기에 기대면 어느새 잠들 수 있었다고.

 




설령 잠이 먼 길을 돌아오더라도.

내게 기대어 잠든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도

단잠만큼 부드러운 위안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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