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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Nov 28. 2018

고양이는 마음을 쓰다듬어

위로가 절실할 때, 루시가 있었다

봄이었다. 루시가 온지 두 달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날 오전, 회사에서는 큰 프로젝트 하나가 슬슬 마무리되고 있었다. 한숨 돌리는 참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의아해하며 통화 아이콘을 눌렀다.


“여보세요?”

“누나...”

내 동생이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누나. 놀라지 말고 들어.

오늘 새벽에 막내 외삼촌이...”


막내 삼촌보다 큰 오빠에 가까울만큼, 우리가 좋아하는 삼촌이었다. 만날 때마다 웃는 얼굴인 사람. 장난도 스스럼 없었고 농담도 죽이 맞았다. 가족 중에 키도 가장 크고 덩치도 산 같았는데, 명절마다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아 부침개를 제일 예쁘고 맛깔나게 부쳤다.

너무 착해서 도시 생활이 힘이 들었는지. 몇 년 전에 삼촌은 지방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시작했다. 두 딸과 외숙모는 학교와 직장 때문에 수도권에 남았다. 처음엔 낯선 일과 텃세와 외로움으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지만, 이제 막 기반을 잡고 자기 사업까지 열던 참이었다. 그런데,


교통사고였다. 작은 트럭을 몰고 산길을 달리다 군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했다. 삼촌은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화를 끊고 팀에 양해를 구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자취방에 들렀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주저앉았다.


“야옹”

고개를 드니 발랑 드러누운 루시가 보였다. 루시는 나를 반길 때마다 마치 강아지처럼 누워서, 복슬복슬한 배를 쓰다듬게 했다. 내가 눈물만 뚝뚝 흘리자 발딱 일어나 안절부절 못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루시는 다시 발랑 드러누워 나를 보다가, 발딱 일어났다. 그리고 또다시 발랑.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언니. 울지 마. 울지 말고 나를 쓰다듬어. 얼른. 동그란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루시는 평소처럼 잠깐 손길을 허락했다가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내 곁에 붙어있었디. 그날 나는 울면서 루시를 한참 쓰다듬다 겨우 맘을 추스리고 빈소로 향했다. 삼일 동안 빈소를 지키면서 마음이 흩날리는 순간마다, 나를 위로하던 루시의 온기가 그 맘을 다시 붙들었다.


그때 알았다. 고양이의 위로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하지만 내가 돌보겠다고 데려온 루시가 그 뒤로 내내 내 마음을 돌보게 될 줄, 그 시절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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