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또 싱글라이프의 18가지 장점

어쩌다 쉰 중년에 다시 싱글이 됐네요

1. 밥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다

운동선수 출신인 남편이 시간 맞추어 밥 먹는 것-부담스러웠음


2.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아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10시면 취침하셔야 하는 그... 10시면 음악회 애프터 시작하는 나


3. 집을 내 맘대로 뜯어고쳐도 된다
앗! 망했다


4. 차에 흠집이 나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지 않다

차를 나보다 아끼던 그때 그 사람


5. 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
역시 술은 혼술


6. 일찍 일어나고 밤이 돼도 졸리지 않으면 자지 않아도 된다
다크서클 어쩔


7. 텔레비전 채널권이 나에게 있다

24시간 드라마 상영 중


8. 더 이상 NBA와 테니스 경기 시간, 결과를 알 필요가 없다

신혼여행 때 NBA 파이널 시간 맞추어 호텔에 가느라 얼마나 싸웠던지.. 레이커스가 우승하던 해


9. 외식을 할 때 메뉴를 내가 고른다


10. 집안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치우지 않고 자도 된다
내일 치우지 뭐... 한 달째


11. 이제 이성이 좋아지면 불륜이 아닌 로맨스다
죄송합니다..


12. 실없는 조크에 웃긴 척해 줄 필요가 없다
수고했다, 30년 동안


13. 틈만 나면 여행을 가는 그를 따라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

여행이 젤로 힘든 나... 집에 4주 이상 있으면 답답해했던 그


14.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밥을 해주진 않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15. 자막 없는 미국 시트콤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귀국한 지 25년, 영어가 어려워요!


16. CNN을 전혀 보지 않아도 잘 살아진다

24시간, CNN을 보며 세상 고민은 모두 그의 품 안에..


17.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전혀 다른 분야의, 그것도 외국인 선수들의 이야기: 오늘 그의 USB에서 유명 테니스 선수의 어릴 적 트레이닝 모습이 담긴 비디오와 사진 발견. 관심 좀 가질걸 그랬나? 진짜 그의 동료들을 하나도 모른다. 그도 나의 동료들을 전혀 몰랐듯이.


18. 침대가 온전히 내 거다

그런데 왜 난 언제나 귀퉁이서만 헤맬까?




오늘은 친정 부모님의 55주년 결혼기념일이셨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캠퍼스 커플로 시작하신 부모님은 벌써 60여 년을 애인으로, 부부로 함께 하셨지만, 팔순이 넘으신 연세에도 이십 대 청춘처럼 티격태격하십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핸드폰을 두고 나오시는 아버지 전화를 챙기시며 '나 없으면 어쩔꼬' 하시는 어머님, '나처럼 잘생기고 튼튼한 남편이랑 살아서 너네 엄마 진짜 복 받은 거다'라고 우기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의는 아니지만, 남편이 하늘로 먼저 떠나버려 싱글이 된 제 인생의 장점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책도 있더군요. 결국 인간은 혼자이긴 하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쭈욱 혼자 살 껄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건강에 유난을 떨고 무척이나 규칙적이고 바른생활을 하던 남편과 살며 진짜 이러다 내가 화병이 나 죽지 했는데, 그가 먼저 간 것을 보면, 그도 저에게 만만치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60여 년을 함께하신 부모님 옆에서 80년을 함께 살겠다고 다짐하는 딸아이와 남자 친구의 꽁냥 거리는 모습을 보니, 장점이 무려 18개나 있는 또 싱글인 저는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네요. 이제 저는 누구를 만나도 50년을 함께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18가지 장점보다 1800개의 서러움과 슬픔이 쏟아지는 밤. 언제가 되면 또 싱글 라이프가 익숙해질지, 걱정을 하며 오늘도 늦게까지 잠 못 들고 사부작 거리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싱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