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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Feb 28. 2021

쓰레기 줄이기 4.제로웨이스트 샵

망원동의 알맹상점

최근 환경 문제,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곳곳에 제로웨이스트 샵이 생기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은 친환경 물품을 팔 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물건을 담아갈 용기를 챙겨 가야 한다. 우리가 공산품을 살 때 필연적으로 쓰레기도 함께 집에 들고 오게 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사면 화장품 통이라는 플라스틱 쓰레기, 종이 상자라는 쓰레기가 생긴다. 그리고 고객은 그 쓰레기를 잘 버릴 책임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샵에서는 그렇게 포장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고객이 용기를 지참해서 내용물만 사 옴으로써 그런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 샵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망원동의 ‘알맹상점’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소식을 보다가, 종종 방문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합정역과 망원역 중간인 성산초등학교 근처에 있다. 입구가 작고 간판이 없어서 처음에는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월요일 휴일, 영업시간을 오후 2-8시인데 간혹 문을 닫기도 하니 틈틈이 인스타그램(@almang_market)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 고깃집 2층이다. 작은 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입간판을 확인하자.

    

이 계단을 올라가면 알맹상점

2층로 올라가야 하는데, 입구에 고객이 자기에게는 필요없지만 다른 사람은 쓸 수 있는 물건을 자유롭게 놓아두고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작은 선반이 놓여 있다. 우산, 텀블러, 편지지 등 소소한 물품들이 오간다. 

버리면 쓰레기 깨끗하게 씻고 종류별로 잘 모으면 자원

여기는 자원회수센터 역할도 하고 있는데, 우유팩, 두유팩, 병뚜껑, 잘 말린 원두가루, 운동화끈 등을 모은다. 우유팩과 두유팩은 휴지로, 병뚜껑은 치약 짜개로, 원두가루는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업체에 보낸다. 그러나 택배로 여기로 물품을 보내면 받지 않는다고 한다. 택배는 배송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물품을 택배로 팔지도 않고, 택배를 받지도 않는다.


이런 쓰레기를 가져갈 때는 잘 씻고 말려서 가져가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쓰레기를 잘 버릴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나도 여기에 가져가기 위해 우유팩을 씻어서 펴서 말리는 수고를 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의 엄중함을 느끼곤 한다. 병뚜껑의 경우 색상별로 나눠서 구분해 담아야 하는데, 내가 가져간 병뚜껑을 색색깔에 맞춰서 분류하면서 이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를 재활용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복합재료로 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가끔 병뚜껑 안에 실리콘 등 다른 소재가 같이 사용된 경우가 있는데(예 : 씨그램 뚜껑) 그 경우 재활용이 안 된다.     


알맹상점에는 세제, 화장품, 샴푸, 칫솔치약 등 생활용품에서 발사믹 식초나 향신료, 차와 같은 식품도 있고, 업사이클링 제품도 살 수 있다. 자신이 용기를 가져가서 무게를 달아 무게만큼 계산하면 된다.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가게이니만큼 스테인레스 빨대, 면 화장솜, 면 생리대와 같은 다회용 제품도 팔고 있다. 이 모든 물품들은 낱개포장이 되어있지 않다. 간혹 비누가 종이로 포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사는 비닐-종이 이중포장은 없다.      

용기를 챙겨서 무게를 달아서 계산하면 된다

여기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동네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거점이다. 이곳의 활동가들은 원래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 활용과 자기 용기에 포장하기 등의 활동을 했고, 그러다가 지금의 알맹상점까지 열게 되었다. (그래서 망원시장 상인들과 경쟁하지 않기 위해 알맹상점에서는 식품을 판매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플라스틱어택과 같은 환경운동을 할 때 알맹상점은 목소리를 모으는 공간이 된다.      

식품, 생활용품, 샴푸, 화장품, 업사이클링 악세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이 있다.

환경운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알맹상점은 물건을 사러 가는 가게로서도 좋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접할 수 있고, 설거지 비누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가지 상품을 보고 살 수 있다. 아로마티카의 제품을 무게를 달아 살 수 있고, 허브나 히말라야 핑크솔트도 내가 쓸 만큼만 살 수 있다. 요즘 여기서 설거지비누를 종류별로 돌아가면서 하나씩 사서 쓰고 있다.    

  

사실 쓰레기를 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사는 것이다. 하지만 꼭 사야 하는 물건이면, 이런 곳에서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물품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울 시내에서는 이런 제로 웨이스트 샵이 여기 말고도 몇 곳 있다. 강서구 허그어웨일, 성동구 더피커, 강동구 송포어스, 서대문구 디어얼스 등. 사실 제로웨이스트 샵은 상업적 의미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동네마다 많아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니 좀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오늘 산 물건들 : 과탄산소다 261g, 설거지비누, 수세미,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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