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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Apr 25. 2021

쓰레기 줄이기 5. 면 생리대

친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

여성의 생리기간은 대략 35년, 평생 소비하는 생리대의 양은 1만 6천개라고 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당연하게도 플라스틱 합성 소재이고, 비닐과 종이 상자에 포장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제로웨이스트 물품 중에 대표적으로 면 생리대가 꼽힌다. 내가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한 건, 2017년 생리대 파동 때이다. 그 때는 면 생리대의 주문량이 폭주해서, 주문 후 1달 후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직접 써보니 일단 냄새가 덜 나고, 땀 흡수가 잘 되어 소위 ‘땀 차는’ 현상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피부 가려움도 확실히 덜 했다.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용해보니 장점이 많아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100% 면 생리대만 쓰지는 못 하고, 밖에 오래 있어야 할 때는 일회용 생리대와 함께 사용한다. 빵빵한 생리대 파우치를 들고 다니기는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 생리대가 환경에도 이롭고 내 몸에도 좋지만, 모두에게 이 면 생리대를 쓰자고 권할 수는 없다. 우선, 부피가 크고 이걸 하루 종일 들고 다녀야 한다. 나는 사무직이고, 내 책상과 내 서랍이 있다. 그래서 서랍에 생리대 파우치를 넣어둘 수 있고, 화장실도 수시로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하루 종일 외부를 돌아다녀야 하거나, 화장실을 수시로 다녀 올 수 없는 사람이라면? 큰 생리대 파우치를 가방에 넣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란 힘들 것이다.      


그리고 면 생리대는 빨 때 몇 시간 이상 물에 담가 두어야 한다. 빨래에 시간이 들고, 번거롭다. 즉, 화장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이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몇 시간 이상 화장실에는 면 생리대가 물에 담긴 채 있게 되는데, 이 때 화장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불쾌감을 표시한다면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화장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설득할 수 있겠지만(설득이 힘들 수도 있다), 만약 기숙사와 같은 공동 거주시설에서 공용 화장실을 사용한다면? 아마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요는, 친환경 생활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것도 순전히 개인의 관심과 노력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개인에게만 노력하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과정까지 생각하면 더 복잡해진다. 사실 면 생산에도 굉장히 많은 물이 사용되며, 엄청난 살충제와 농약이 뿌려진다. 면이라는 재료가 잘 썩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재배 과정은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그러면 면 생리대는 친환경적인가 아닌가. 물론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생리대를 선택한다는 대안도 있다. 그러나 유기농 면 생리대에 대한 접근성이 누구에게나 좋을까? 그래서 생리컵을 쓴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생리컵 사용만이 답일까?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되, 그게 다 친환경적일 수는 없을까?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사는 것이라고 한다. 오래 쓰고, 고쳐 쓰고, 안 사는 것. 그러나 생리대는 줄일 수 없는 물품이다. 지금의 나는 평생 쓸 1만6천개의 생리대 중에서 얼마간을 면 생리대 사용을 통해 줄였다. 내가 면 생리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인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자유롭게 그리고 부담없이 친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언제나 개인의 변화보다 사회의 변화가 더 큰 힘을 내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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