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갖다 버려라

대체 나 말고 누구한테 책임감을 갖는가?

by 소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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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워낙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고, 최근 석사 1학기를 시작한 나의 지인도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나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전전긍긍하고, 눈치를 보기 십상이다. 나는 남들보다 부족한 거 같고, 그래서 조모임에서나 수업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조모임에서 나의 부족함으로 다른 조원들에게 피해를 미치지는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의 지인은 첫 수업시간에 질문을 했다가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찍혀서 수업에서 대표 자리를 맡아 버리는 바람에 수강철회도 못 하고, 열심히 대표 노릇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잔뜩 생겼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길래 온 마음을 담아 조언했다. 내가 내 공부하러, 나를 위해 대학원 왔는데 대체 나 말고 무슨 수업이니, 다른 학생들에게 왜 책임감을 갖느냐고. 그런 쓸데없는 책임감 따위 갖다 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힘들면 그냥 휴학하라고, 그래도 되니까 마음 편히 먹으라고 했다.


내가 지금 어쩌다 무슨 포지션을 맡았던 간에, 내가 힘들면 수업 수강철회하거나, 아니면 휴학을 하면 그만이다. 내가 먼저이지, ‘나 때문에 수업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실제로는 문제가 안 생길 가능성도 높다)


좀 확대해서 말하자면, 이런 성격은 일을 사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면 나는 책임감이 쓸데없이 강한 탓에 모든 모임에서 은근히 잡일을 떠맡곤 했다. 회사나 다른 모임에서도, 사람들의 일정을 맞추고 의견을 수합하고 때로는 그걸 가지고 보고서를 써 내는 일, 그러니까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다들 하기 싫어하는 일을 은근히 맡게 되는 사람이었다. 또 책임감이 있으니까 그걸 꾸역꾸역 하면서 ‘내가 잘 하지 못 해서 모임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근에도 한 모임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다가, 과감하게 ‘더는 못하겠다!’하고 나와 버렸다. 무언가를 중간에 못한다고 그만두는 것은 나로서는 꽤 큰 결단이다. 그렇지만 내가 좀 더 즐겁고 보람찬 삶을 살려고 모임을 하는 거지, 내가 스트레스 받으려고 모임 하는 건 아니니까.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데에는, 석사 논문을 준비하다가 한 번 그만두고 휴학을 했던 경험 덕분이 크다. 논문 주제를 잡고 계획서까지 준비하다가, 와르르 무너진 뒤 도저히 못하겠다고 울면서 휴학을 했다. 이까지 왔는데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 정말 나에게는 큰 결단이었다. 그리고 학업을 쉬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만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잘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그때는 나 자신 말고 책임져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다른 무언가에 책임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를 잘 챙기는 게 첫 번째다. 가뜩이나 힘든데, 다른 쓸데없는 것으로 나를 몰아붙이지 말자. 뭔가 고민이 된다면 먼저 생각하자. “그래서,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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